필굿스토리

10월 30일 프랑스 정부의 2차 봉쇄령/락다운 선언 이후,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또는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우리나라와의 방역체계나 행보와는 여러면에서 다르긴 하지만 여기 사람들도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일을 하고, 장을 보고, 조깅을 하고, 잠드는 일상적인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이곳의 상황과 제가 현지에서 체감 하는 온도는 꽤 차이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실제 프랑스 락다운 속 생활은 어떤지 기록해봤습니다.

 

 

락다운이지만 괜찮아

대부분 직장인들의 업무가 재택근무로 전환 되었다는점.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반경 1km 밖으로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이고, 그 외에는 bar가 문을 닫았다던가, 헬스장이 닫았다던가 하는 것은 어차피 잘 안 가던 곳이어서 크게 불편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1km 이동 제한도 생활의 대부분이 그 반경 안에서 해결이 가능 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거나 마트에 가거나 병원을 간다거나, 산책이나 조깅 등의 야외활동도 다 가능합니다. 대부분 지인들이 물어오 듯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것 아니냐고 생각 할 수 있는데, 아니요.ㅎ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외출 시 모바일로 1시간짜리 외출 허가증을 스스로 발행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겠네요.

 

 

저녁에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주말에 놀이 동산이나 어디를 가지 않을 뿐, 완전히 집에 감금되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1차 봉쇄조치 때와는 많이 다른 점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락다운 시행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간 파리지앵들 덕분에 도시가 한결 한산해지고 공기도 좋아진듯 합니다. Merci.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

물론 우리 나라의 대비 태세랑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와는 비교가 불가하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곳 파리 피플들이 전보다는 더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 예로 주위에 코비드 상황 어플을 사용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그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크리스마스도 이미 가족들과 만나지 않기로 한 친구들도 제법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확실히 락다운 시행 전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듯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법 이루어지고 있고, 마스크 착용은 물론, 이제는 어딜 가든 손소독제도 구비가 되어있는 모습. 너무 당연한 거지만 이제라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네요.

 

 

학교의 정상운영

첫 번째 락다운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회사를 안 가지만(재택근무)이지만, 4개월부터 18세까지의 아이들은 학교를 갑니다 필. 수. 적. 으.로. 부모들도 대부분 아이들을 위탁시설이나 학교에 적극적으로 보내는 모습인데 이유는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육아와 재택근무의 병행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실 어려운 것은 맞긴 합니다.. ㅎㅎ;; 그리고 프랑스 부모들이 중요시하는 아이의 사회성, 독립성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나는 내 일과 내 삶. 너는 네가 할 일과 네 삶.

보육원부터 고등학생까지는 평소처럼 학교를 가고 있고, 한인 커뮤니티에서 얘기하기로는 교실에 부모님이 확정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여럿 있어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절대로 병을 안 옮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저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네요. 최근 한국 뉴스에서 일일 확진자가 300명이 넘기 시작하면서 보육원과 학교가 임시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많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세수를 늘려라!!

몇 주 전부터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보내는 소포에 세금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현지 한인 아잼들이 알려왔습니다. 발 빠른 한국 사람들이 이미 마스크나 (우리가 생각하는) 필요 물품들을 한국에서부터 공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물품을 받는데 세금을 부과하더라네요.

저는 지난 7월에 한국에서 대형 박스 3개를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추가금 지불 없이 그냥 받았었습니다. 총금액이 비행기 왕복하는 금액이었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마스크를 받는 것에 세금을 매기더니(판매하려고 부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뭐 어느 정도 수긍은 되는 부분..) 이제는 박스 안에 마스크가 아니라도 새 물품이 있다고 확인되면 여지없이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의아했습니다.

지출이 많으니 어느 정도 메우려고 방법을 강구하는 건 알겠지만,, 좀 너무하다 싶네요 요즘은 ㅎ 

 

 

일주일 연기된 블랙 프라이데이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데, 이 시점부터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의 시동이 걸리는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의 크고 작은 모든 상점은 물론 백화점, 마트 어디든 특별 할인에 들어가고,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을 기다렸다가 구매를 합니다.

그래서 시장에 풀리는 돈도 어마어마하죠.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밖으로 나오도록 장려할 수는 없는 노릇. 거기다 그냥 두자니 인터넷 쇼핑몰을 보유한 대형 플랫폼만 배 불리는 꼴이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블랙 프라이데이 또한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진화(?)하는 행정처리

프랑스의 행정처리는 느리고, 오만가지 육만 가지 잡다한 서류 준비 그리고 별것 아니라도 기어코 직접 방문하기 위해 헝데부(예약)을 잡아야 되는 쌍팔년도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무원이라고 코로나 앞에 별수 있을까요?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비대면으로 진행이 되어야 하는 이 험난한 시국에 그들도 동참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저는 한국 운전면허를 프랑스 운전면허로 변경하는 신청을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했는데요. 요구하는 서류 원본과 사본, 번역본을 바리바리 싸들고 인터뷰(?)를 했던 지난 때와는 놀라울 정도로 간소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덕분에(?) 올해 8월부터 바뀐 비대면 시스템 때문이었고, 모든 파일은 첨부해서 올리고, 해당 사항에 맞게 표시한 후 제출만 하니 신청이 끝이 났습니다. 정말 와우~ 옆에서 보던 아내도 와우~ ㅎㅎ 

언제 면허를 받게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신청이 잘 되었다고 바로 메일과 문자 통보를 받으니, 이곳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솔로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기

 

 

우린 매일 조그만 아파트에서 세 식구가 함께 부대끼고, 먹고, 자고, 어지르고 치우고, 산책 갔다가 씻기고 또 육퇴 하면 같이 가끔 넷플릭스도 보면서 하루가 가는데, 주위에 자택에서 혼자 지내는 싱글인 친구들은 상황이 달르더군요. 솔로인 친구들은 혼자 먹고, 치우고, 일하고, 자야 해서 그들에게는 이 락다운 기간이 매우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파리지앵들이 락다운 시행 전 파리를 썰물처럼 빠져나갔는지 일정 부분 이해가 되더라구요.

친구들은 매일 저녁이 되면 왓츠앱이나 페메로 그룹 영상 통화를 하며 아페로를 함께 하거나, 일상적인 얘기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목표 달성과 단계적 봉쇄 해제 발표

5000명 이하. 그것이 조건이었죠. 한 달간의 락다운을 해제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목표치. 하루 신규 확진자 수 5000명 미만. 드라마틱하게도 23일 4452명이 나왔고, 다음날이었던 24일 밤. 봉쇄 해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24일 밤 8시, 마크롱 아재가 락다운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직후, 기차표 예매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역시 파리 피플~ lol ㅋㅋㅋ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1~2만 명을 넘고 있지만 락다운 전에 4~5만 명에 비해 줄었다고 경계령 해제를 공식 발표하는 이곳과 확진자 400명으로 늘어난 것 때문에 강화 단계를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항로나 지역 봉쇄 없이 이렇게나 잘 컨트롤 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단 한 곳 대한 민국 밖에 없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K-방역 최고 👍🏻

 

어려운 시기 모두 잘 극복해나가길 바라면서. 오늘도 화이팅 😊

 

파리에서 맞이하는 <전역 봉쇄 조치> a.k.a 락다운

프랑스 일상 - 국가 보건 비상 사태 선언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