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9월. 우리는 5개월여의 처가 격리(?) 생활을 끝내고, 파리에 왔다. 코로나고 뭐고 다 떠나서 일단 삶의 터전이 바뀜으로써, 1년 6개월의 아이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프랑스 남부 시골에서 도시로 생활 터전이 바뀜에 따라, 그동안 당연했던 것들과의 이별과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중이다.
1.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두두의 주무대였던 시골집의 드넓은 정원은 도심 속 공원으로 대체되었다. 여태껏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또는 어른들과 놀았기 때문에 공원에서 자기 또래나 조금 더 큰 수많은 아이들이 공원을 다 때려 부술 듯 뛰어다니는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하다. 🙄 멀뚱이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거나 또 어쩔 땐 같이 어울리고 싶은 듯 용기를 내서 서툴지만 다가가려 시도하기도 한다.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자기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에 대해 어떻게 같이 공유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지만, 나도 어색해서,, 뭔가 자연스러운 방법을 좀 강구를 해봐야겠다.
2. 하나씩 수긍하기
이전까지 집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늘 눈앞에 있었던 엄마는 이제 아침이면 일을 하러 나간다. 처음에는 떨어지기 싫다고 바지를 붙잡고 울기도 하고, 나와 있다가도 많이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엄마가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서 저녁에 돌아온다는 것을 이해한 것 같다. 아니 싫지만 이 부분을 수긍한 것 같다. 대견하기도 한데, 벌써부터 싫은 상황에 대한 수긍을 하는데 대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3. 새로운 가족과의 시간
우리도 두두를 보낼 크레쉬(유아원)를 알아봤으나, 너무 늦게 이곳에 상륙(?)하는 바람에 그리고 불과 2주전까지 여기 올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터라 미리 등록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9월 학기를 위한 정원은 다 차 버렸고, 차선책으로 아이를 종일 돌보는 전문 보모를 고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보모와 적응기간을 가지고 있는데, 첫날은 나와 보모와 함께 한 시간. 둘째 날은 보모랑만 한 시간. 셋째 날은 두 시간, 그다음은 네 시간.. 이 원래 계획이었으나,,
셋째 날, 두 시간짜리에서 두두에게 패닉이 왔다. 한시간이 넘게 내가 안보이자 십분 간격으로 울다가 패닉이 온 것이다. 집의 변화, 엄마의 출근에 이어 아빠도 출근(?).단 기간 너무 많은 변화에 아이는 불안해했고, 보모와 상담끝에 적응기간을 조금 더 천천히 가져가기로 했다.
4. 그림에 빠지다
여기 오기 전부터 조짐이 보였으나, 이제는 넓은 마당 대신 바닥, 벽, 책, 소파 심지어는 자기 몸에도... 🙀 거기다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 지인분께서 아들이 어릴 때 썼던 온갖 남은 펜과 크레용을 박스채 보내주셔서 이제는 틈만 나면 그려대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자기 얼굴에도 낙서(?)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래 놓고는 Maquillage(화장) Maquillage ~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좋아하는 책 중에 <피터팬>이 있는데, 피터팬이 해적들로부터 인디언 소녀를 구해줘서 그 소녀의 엄마가 고맙다고 파티를 열어주는 장면이 있다. 거기에서 아이들이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 춤추며 노는 장면이 있었고 그걸 따라 했다는 걸 깨닫고는 웃음이 터졌다. 😂
5. 트랙터 -> 버스, 트럭, 기차
시골에선 차를 볼일이 별로 없었다. 할아버지가 모는 트랙터를 제외하곤,, 그러나 여긴 집 건물만 나오면 도로 위에 온갖 자동차들이 도로를 휘젓고 다니고, 처음 보는 무지막지하게 큰 버스나 트럭도 많다. 그리고 누누에게 가는 길은 기차역 근처라 늘 기차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차들 중에서도 문이 열렸다 닫히는 버스나, 시멘트통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덤프트럭, 길가 쓰레기통을 냅다 들어서 쓰레기를 털어 넣는 청소차량 같이 움직이는 것들을 만나게 되면 일단정지해야 한다. 그게 그렇게 신기한가 보다. ㅎㅎ 그럴 만도 한 거 같아서 우리를 지나쳐서 가버릴 때까지 서서 보고 있는다. 10분이면 갈 거리는 언제나 20분 30분이 걸린다.
에필로그
파리의 9월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추운 시기는 아닌 듯했으나, 그래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들로 넘쳐났다.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이곳은 그렇게 컨트롤이 잘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역시나 같은 이유로 두두를 유아원에 보내는 것 또한 고민이 많이 되었으나,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면서 살 집을 보러 다니거나, 잡 컨설팅을 다니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이것 역시도 피할 수가 없는 상황....;; 사전에 조금 더 잘 준비했더라면 좀 더 전문적인 기관에서 또래들과 함께 했을 텐데,, 두두를 누누에게 맡기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고,, 마음이 아프다.. 건강하게만 지내주길 바랄 뿐이다..
앙골라에서부터 인연이 되어, 파리에서도 온갖 생필품이며 숟가락, 젓가락, 밥솥까지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선생님과 한번 만났을 뿐인데, 제발 가져가라며 아이용 침대, 카시트, 식탁의자 등 그냥 무지막지하게 지원해주신 지인께도 너무 감사하다. 따뜻한 도움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시작을 했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앞으로도 무탈하게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것이 자리 잡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