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자가격리 26일째. 오랜만에 날씨가 맑다. 일주일 내내 흐렸고, 어젯밤엔 천둥 치고, 비가 내렸었는데...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마당에 짙게 깔린 안개를 보고 오늘은 좀 덥겠다고 예상했다. 역시나 점심때가 되자 안개는 온데간데없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덕분에 오늘은 이불, 배게 세 가족 침구류 몽땅 세탁을 하느라 세탁기는 쉬지 않고 털털거리며 돌아간다.

 

 

오늘로 두두는 14개월 + 5일. 1살 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1년이 갔는지, 정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는데, 너는 벌써 1살이 넘었다. 특이한 엄마 아빠 만나서 비행기만 10번을 넘게 타고, 매번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여기 와서 부쩍 더 무거워졌다. 치즈가 틈틈이 새로운 행동을 할 때를 메모하고 있지만 나도 어디엔가 끄적이고 싶어 져서, 생각나는 데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하나, 뛰려고 한다. 거의 뛰는 수준이다. 두두는 10개월부터 한두 발짝 걷기 시작했는데, 이내 짚고 일어서더니, 낮은 테이블이나 소파를 짚으며 혼자 걸어 다녔다. 12개월 때는 짚지 않고 걷기는 했지만 휘청거렸고, 손을 잡아주면 곧 잘 돌아다녔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 뛴다. 물론 제대로 안 보고 뛰기 때문에 살짝만 걸려도 넘어진다. 넘어지면서 머리라도 찧으면 '나살려라~' 하고 운다.

 

 

둘, 뒤로 넘어질 때면 머리를 안부딪히려고 목에 힘주고 버틴다. 기특하다. 그동안 넘어져서 쿵~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찧으면서,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 워낙에 자꾸 어딜 부딪히고 다녀서, 헬멧을 사줄까 지금도 고민하는 중인데, 아직 잘 모르겠다. 학습효과가 없어진다느니, 헬멧 벗겨 놓으면 더 다칠 거라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도 안 살 거 같다.

 

 

셋, 말을 따라 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맘마, 자기 이름, 마망 또는 엄마, 빠빠, 타타(이모), 붐(Boom, 뭐 떨어뜨리거나 못쓰게 됐을 때 쓴다. 붐~), 샤(고양이), 물, 뽀뽀, 비쥬(볼 키스), 두쉬(샤워), 카카(똥, 더러운 거), 봉봉(사탕), 초콜릿은 뭔지 아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의미를 이해 한 말은 안 된다는 뜻의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하는 "노노노~ "이다. ㅋㅋ 처음에 우리는 부정적인 단어를 최대한 쓰지 않기로 했는데 이거 외에는 "하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 얼마나 "노노노~"를 했으면 제일 먼저 알아듣고 말과 손동작까지 따라 한다. 그다음으로는 "이거 누구 갖다 줘"라든가, "물 마실래?" 같은 말은 의미를 이해한 것 같다.

넷, 호기심이 폭발한다. 뭐든 손으로 만져서, 냄새를 맡고, 입에 넣어야 된다. 아침에 밖에 나가자 마자 풀밭에서 들꽃을 꺾는다. '아~ 이쁘다' 해줘야지 하면서 쓰다듬는 동작을 하면, 알아듣는 것 같은데, 이미 그전에 뜯어서 손에 쥐고 있다. 나뭇가지나 개미, 곤충, 비누, 달팽이, 꽃,, 등등 처음 보는 건 무조건 손에 쥔다. 냄새 맡고. 이내 입으로 들어간다. 그러고 그걸 가져와 나한테도 보여주던지, 냄새 맡으라고 내 코에 갖다 댄다.

 

 

다섯, 의사 표현을 한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 얼굴에 다 드러난다. 좋으면 미소 짓고, 웃고, 애교도 부린다. 그치만, 자기가 하다가 잘 안되거나, 가지고 싶은 게 있는데 멀다,, 그럼 손을 가리켜 표시하고 '히잉히잉~' 거린다. 그럼 가서 해줘야 된다. 안 해주면 울기 시작하는데, 한번 울기 시작하면 장난없다. 끝까지 안 달래주고 있으면 사래가 걸려서 토를 할 때까지 운다. 나는 아직도 두두가 울기 시작하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엄청 예민해진다. 친구들과 얘기해보기론, 그건 아마도 내가 어릴 때 아빠가 어떻게 했었는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내일이라도 영통 해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아빠는 내가 울어재낄 때 어떻게 했는지. 도저히 감을 못 잡겠고, 약간의 패닉이 올 때도 있다. 치즈는 말이 안 통해도 계속 설명해 줘야 된다고, 우는 아이를 달랜 다음,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설명을 해주는데, 이상하게 먹힌다. 두두는 울음을 그치고 이내 다른 놀거리를 찾는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흐믓하다. 맨날 보면서도 어느 날 보면 키가 쑥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틈날때 마다 조금씩 써야겠다. 잘 놀고, 먹고, 싸는 거 보니 크게 문제는 없는 듯하다. 사실 육아라는 게 뭐가 맞는지 뭘 반드시 해야 되고, 뭘 하지 말아야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을 보고 해도 안 와 닿거나, 돌아서면 까먹는다. 프랑스식 육아가 유명하다는데 정작 우리는 그게 뭔지 모른다. 분명 아이가 있기 전이랑 후의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사실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다. 지금은 이게 일상이 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놀아줘야겠다.

 

2020/05/01 - [컬러풀라이프/어쩌다 아빠] - 프랑스 육아 14개월 성장 일기 (2)

2020/05/08 - [컬러풀라이프/어쩌다 아빠] - |프랑스 육아| - 예방 접종 그리고 어버이 날

2020/07/13 - [컬러풀라이프/어쩌다 아빠] - 프랑스 육아 16개월 성장 일기

2020/08/31 - [컬러풀라이프/어쩌다 아빠] - |프랑스 육아| 17개월 성장 일기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