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천혜의 자연을 품은 뉴질랜드에서의 힐링 캠프를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호주 서쪽 바다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일부러 남쪽에 갔을 때 뉴질랜드를 찍고 호주로 다시 오기로 한 계획을 따르는 중이었다.

호주 투어에서 울루루와 그레이트 로드의 12 사도의 다음으로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로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골드코스트의 서퍼스 파라다이스였다. 호주에서의 세 번째 행선지로 여길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서핑 🏄🏻‍♂️🏄🏻‍♀️

전부터 참 멋잇는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호주에 동네 이름마저 '서퍼스 파라다이스'인 곳이 있어 알아보았다. 골드코스트는 총 70km 정도의 해변이 있으며 호주 최고의 해변이라고 불리는 곳이 여럿 있는데, 서핑의 나라인만큼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다양했다. 메인 비치(Main Beach),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브로드비치(Broadbeach), 머메이드 비치(Mermaid Beach), 벌리 헤드(Burleigh Heads), 팜 비치(Palm Beach) 등등 해변가가 거의 다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화되어있었는데, 그중 우리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왔다. 

 

 

SURFERS PARADISE. 제대로 온것 같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나있는 도로에는 클래식 카 전시 행사가 있어, 특이하게 생긴 차들과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인파를 뚫고 일단 해변을 직행했다. 모래사장에 이르자 계단 한편에서 책을 보는 사람, 해변에 아무렇게나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쌀쌀한 날씨임에도 전신 슈트를 입고 파도를 타는 서퍼들도 보였는데,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해변에 사람이 얼마 없는 것인지, 아님 해변이 너무 큰 것인지 생각보다는 한산해 보였다.

 

 

우리는 해변가를 따라 걸으면서, 서핑 레슨을 받을 곳을 찾아보았는데, 똑같이 생긴 수트와 서핑 보드를 든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봤더니, 쉽게 몇 군데를 찾을 수 있었다. 몇 군데 들러 대충의 가격의 알아보니 크게 덤터기가 있거나 그렇진 않은 듯했다. 아무 데나 와도 되고, 가격은 렌털 시간별로 달라졌다. 우리는 다음 레슨 시간과 위치를 확인 한 뒤, 시내(?) 구경을 하러 갔다. 

 

 

해변가에서 신호등을 건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약간 명동 같은 분위기(?)ㅋ 높은 건물들 사이로 각종 옷가게,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기념품점, pub등 다양하고 수많은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었고,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큰 교차로에서는 댄스 공연이 진행 중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둘러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길거리 공연들도 보고 신기해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다.

 

 

우리는 한동안 사람들 틈에 서서, 댄스 공연을 보며 같이 박수손뼉 치고, 음악에 따라 들썩거리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녀노소 불문, 공연을 하는 사람도,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도 다들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다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출출해진 우리는 그나마 무난해 보이는 식당에 가서 피시&칩스와 맥주를 주문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기도 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제일 편하게 시킬 수 있는 게 이거였고 어딜 가나 있었다. 

 

 

후다닥 끼니를 떼우고 나니, 맥주 한잔에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가야 하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서핑 레슨 하는 곳에 도착했는데, 우리와 같이 2명이 더 레슨을 들었다. 가볍고 인사하고 우리는 팔다리가 다 덮이는 롱 슈트로 갈아입었다. 겨울에는 이걸 입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쌀쌀했는데, 큰 보드를 들고 해변가로 이동하다 보니, 그새 워밍업이 되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 운동을 하고 나서, 각자 보드에 앉아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다. 100%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리 어려운 말들이 아니었어서 대충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 위 보드에 누워서,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구호에 맞춰 재빠르게 일어서는 연습을 계속했다. 팔 굽혀 펴기를 하고 난 것처럼, 벌써 팔과 가슴이 저려왔다. 어느새 몸은 후끈후끈 해지고, 얼른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 질 때쯤, 강사도 바다로 가자고 했다. 우리는 보드를 겨드랑이에 끼고, 바로 앞 찰랑거리는 바다로 나아갔다. 

 

 

꽤 멀리 나갔는데도 수심이 깊지 않았다. 이래서 여기가 서핑 하기 좋은 가보구나 싶었다. 우리가 모래 위에서처럼 보드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으면, 파도가 올 때 맞춰서 강사가 우리 보드를 뒤에서 밀어주었다. 그럼 아까 배운 데로 팔을 쭈욱 피면서, 재빠르게 보드 위에 발을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엄청 간단한데.. 그냥 일어서기만 하면, 그것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뒤로 얼마나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는지 모르겠다. 일어서기도 전에 휘청~ 하면서 그대로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ㅎㅎ 내가 이렇게 균형을 못 잡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얼마나 많은 바닷물을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팔을 저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ㅠ 격렬하게 파도랑만 싸운 우리는 기진맥진해져서 물밖로 나왔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ㅋ 그렇게 우리의 첫 서핑은 보드 위에서 제대로 한번 일어 서보지도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아니나 다를까 온몸이 뻐근해져있었다. ㅋㅋ 우리는 기온이 가장 따뜻할 때 서핑을 하기로 하고, 아침에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멀지 않은 곳에 요트 선착장이 있었는데, 팔려고 내놓은 요트들도 있었다. '저 요트 주인은 뭐하는 사람일까?' 같은 생각을 하며, 바다에 비친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요트들을 구경했다. 물은 너무도 깨끗해서 물속의 헤엄치는 물고기가 그대로 다 보였다.

 



 

선착장 주위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점심으로 피쉬엔 칩스와 맥주를 한잔하며,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했다. 갑자기 보트 소리가 나서 밖을 보니, 저렇게 제트 보트 투어가 막 출발하고 있었다. 그랬다 이곳은 도시 전체의 늪지대와 강을 인공 수로 만들어 도시 내에만 260km 달하는 수로가 연결되어 있고, 워터프런트 별장이나, 호텔도 많은 곳이다. 또한 길게 펼쳐진 바다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굉장한 소음과 물보라를 만들며 빠져나가는 제트보트를 떠나보내고,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시 파도와 싸울 시간이었다. 오늘은 반드시 일어서리라 다짐을 했는데, 오늘도 우리를 포함해 4명이 한 조 였다. 준비 운동을 하고, 다시 한번 모래 위에서 연습을 했다. 어제의 여파로 몸이 뻣뻣해져 있어서, 더 많이 스트레칭을 해야 했다. 보드에서 일어서는 연습을 하면서 그 리듬을, 느낌을 기억하려고 몇 번이고 반복한 뒤 우리는 다시 바다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나 몇번이고 물속으로 꼬구라지면서, 연거푸 바닷물을 드링킹 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뚫고 나가기도 힘들어서, 보드에 몸을 걸쳐놓고 쉬다가, 그것도 안돼서 아예 해변으로 올라와서 쉬었다 다시 들어가기를 수차례. 이제는 그냥 서로 사진이나 찍어주기로 하고, 내가 바다로 향했다. '제발 한 번만 일어서자'면서 나를 달래며, 파도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강사가 온다고 준비 사인을 주었다. 패들!! 패들!! 소리에 맞춰, 힘겹게 팔을 저으며 앞으로 가다가, 재빠르게 발을 넣고 일어섰다. 넘어질 뻔했지만 기우뚱~ 하며 중심을 잡았는데, 그 상태로 해변 가까이 까지 파도를 타고 밀려 나왔다. ^^ 나는 제발 동생이 사진으로 남겼길 바라며, 동생에게 뛰어갔다. 동생도 첫 성공을 축하해주며, 카메라를 내밀었는데, 거기에는 파도를 밟고(?) 서있는 내가 있었다. ㅋㅋ 거의 넘어지기 직전에 찍은 듯했지만,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내 생의 첫 서핑을 했는데, 보드 위에서 파도와 함께 미끄러지듯 앞으로 가는 그때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동생도 자극 받아 몇 번 더 시도했지만, 사진에 기록할 만한 장면을 남기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또다시 시내를 걷다가, 버스킹을 들으며 pub에서 맥주를 한잔씩 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어서 이대로 숙소로 가긴 너무 아쉬웠다. 우리는 왔던 길을 천천히 다시 돌아가며,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완전히 개방되어있는 성인용품점(?)도 가보고, 기념품 샵을 돌며 추억이 될만한 물건들이 있는지 살폈는데, 예전부터 정말 갖고 싶었던, 폭스바겐 미니 버스가 보드를 싣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때부터 이 미니 버스와 우리는 늘 함께 여행했다. 

 

 

다음 날 아침, 체크 아웃만 해놓고, 짐은 숙소에 둔채로, 숙소 앞의 해변으로 향했다. 막상 떠나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가려고 도착한 숙소 앞의 해변은 마치 더 있다 가라는 듯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풀숲의 그늘에 누워서, 정말 심각하게 더 있을지 어쩔지를 고민했으나, 그러면 다음 행선지에서 하려고 했던 것을 취소해야 했기에, 우리는 예정데로 움직이기로 했다. 원래 여행의 끝에는 항상 여운이 남기 마련이라 생각하고, 더 길게, 오래 머무는 일정으로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짐을 가지러 다시 숙소로 향했다. 이렇게 우리의 너무나도 짧았던 골드코스트에서의 일정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와 서핑의 만남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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