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하루하루가 쉬이 지나가는 날이 아님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 덧 한달이 지나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핑계일지도 모르겠으나, 눈을 감았다 뜨니 순식간에 한달이 지난 오늘에 와있는 느낌이다. 너는 어느새 17개월이 되어, 훌쩍 커버린 키만큼이나 더 활동적이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늘어난 고집과 요구 사항과, 순간순간 벌어지는 사고들에 눈코뜰새가 없지만, 그 고사리만한 손에 이끌려 온종일 다니다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저문다. 

 

 

17개월 성장 일기

1. 마지막 백신 맞기 완료

며칠 전 병원에서 마지막 백신을 맞았는데, 주사 바늘이 허벅지에 꽂히자, 피케에~~(따가워~~~) 소리지르면서 클리닉이 떠나가라 울었다. 상황 정리가 된 후 의사를 통해 이제 6살 되서 오면 된다는 얘기를 듣자, 이거 뭔가 홀가분하면서도 '와~ 너 벌써 이렇게 컸구나'하는 기분이 들었다. 돈가스를 사주고 싶었지만 여긴 없기에, 준비해간 봉봉(춥파춥스)을 꺼내 줬다.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먹고 있는 녀석이 기특해서 꼭 안아주었다.

 

 

2. 자동차

특별히 트랙터, 잔디깍는 기계, 화물용 트럭, 비행기에 푹 빠져있는데 바퀴 달린 건 다 좋아하는 것 같다. 트랙터나 차에 타면 운전석에 같이 앉아 무조건 핸들 한번 꺽고, 기어도 만지고, 누를수 있는 건 다 눌러야 내려온다.

 

 

아직 페달을 밟고 혼자 타기에는 충분히 길지가 않아서, 끌어줘야 한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멈추면 앙코앙코(Encore) 계속하라고 한다ㅋ 나름 꾀를 내어 줄을 엮어서 끌면 기를 쓰고 줄을 풀어낸다.

 

'아이템 좀 쓰면 안될까?'

 

반드시 허리굽혀서 손으로 잡고 끌어야 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두 발을 가운데 다소곳이 모으고 드라이빙을 즐긴다. 이걸 타는 동안 너는 체력을 충전하고 나는 방전이 된다. 그래서 맨날 안보이는데 숨겨두는데 기를쓰고 다시 찾아낸다ㅋ

 

3. 같이 먹고 같이 싼다

16개월 때만 해도 가끔 마트에서 사온 이유식 같은 걸 먹이거나, 두두만을 위한 음식을 따로 만들었으나, 요즘은 조금 더 잘게 잘라 줄 뿐, 우리가 먹는 걸 같이 먹는다. 감자, 토마토, 밥, 계란, 치즈, 짜장라면, 김치까지도 먹어치운다. 그래서 그런지 💩  냄새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 김, 약과, 김치전, 라면, 소세지, 고기, 포도, 멜론, 밥, 양파.. 

 

 

4. 동물들과 더 가까이

동물들과 조금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그전까지 어떻게 쓰다듬고 다루는 줄 모르는 터프(?)한 두두의 손길에 호되게 당해오던 냥이들은, 두두만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서 오던 걸음을 멈추고 도망가기 바빴다.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계속 옆에서 "아~이쁘다"하고 쓰담쓰담을 보여주니 이제는 다가가서 쓰담쓰담 해주기 시작했다. 고양이도 토끼도 조금은 편해졌다. 

 

 

5. 키가 자라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능력치

발로 밀면서 가는 자동차는 분명 저번 달만 해도 다리가 짧아서 온종일 허리를 굽혔다가 폈다 하며 밀어줬었는데, 요즘은 혼자 타고 밀고 가기 시작했다. 👏🏻👏🏻

 

 

키가 커지면서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이 거의 보이는 것 같다. 예전엔 안보이게 숨긴다고 탁자 같은 데 위에 올려놓으면 됬었는데, 요새는 귀신같이 보고 테이블 끝을 잡고, 잡으려고 용을 쓴다. 

 

 

 

6. 양치의 시작

이가 자라면서 계속해서 무언갈 질겅질겅 씹어대더니, 얼마전 클리닉에서 체크 할때 새로운 이빨이 두 개나 발견 되었다. 그래서 현재 윗니 4개, 아랫니 4개, 오른쪽 아래 어금니 1개는 보이기 시작했고, 왼쪽 윗송곳니까지 나오고 있다. 의사가 이제 하루에 두번 아침,저녁으로 무조건 양치 시키란다.

 

 

단거 엄청먹고 양치를 잘 안해서 이빨이 다 썩어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소름끼치는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클리닉에서 돌아 온뒤로는 계속 양치를 시키고 있다. 근데 자꾸 자기 껄로 안하고 내꺼나 엄마꺼를 뺏어서 자기 입에 집어 넣는다ㅋ 어른 치약이 입맛에 맞는건지... 

 

7. 수영 최고!

 

 

앙골라에 있으면서 두두가 8개월 때부터 수영장에 데리고 다녔다. 딱히 아프리카에서 할 것도 없을 뿐더러 주말에 어디 멀리가기도 뭐해서, 회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 같은 곳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문인지 물놀이를 엄청 좋아한다. 요즘도 날씨가 더우면 먼저 와서 피신~ (수영장~) 피신~ 하며 내 바지 가락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요즘은 튜브를 자꾸 안끼고 들어가려고 해서 씨름 중이다. 튜브를 끼면 아프다고 빼달라고 울먹이는데 다른 걸 알아봐야겠다.

 

8. 그림에 빠지다

 

 

그림 그리는데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바닥이야 닦으면 되지만, 하얀 벽에다 그리는 참사를 면하기 위해 안되겠다 싶어서 밖에서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는데, 재밌어한다. 레파토리가 늘 똑같다.

두두 : 데씨네데씨네(그려줘 그려줘~)

나 : 뭐 그릴까?

두두 : 라빵(토끼)

나 : 토끼? 토끼 그려줘? 토끼를 그린다.

두두 : 오~ 르 샤(오~ 고양이~) 하면서, 나한테로 와서는 목덜비랑 볼에 침을 잔득 묻히고는 가버린다ㅋ 아직 무슨 행동인지 잘 이해는 안가는데 고양이 애교 같은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근데 이건 토끼야...ㅠ) 그러고 나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토끼를 두 세마리 그린뒤에, 고양이나 돼지, 자동차, 트랙터, 안경, 비행기, 화물트럭, 달팽이 같은 것을 그려주는데 곧 마당이 그림으로 다 찰 거 같다.

 

 

 

9. 노래부르기

엄마가 같이 있을 때면 불러주는 노래가 있었다. 프랑스 동요 같은 건데, 어느 날 목욕을 하는 중에 첫 음절을 부르니, 다음 음절을 이어 부르기 시작했다 ㅎㅎ 노래 가사도 기억이 되나보다. 

 

 

10. 비글력 up ↑ up ↑ up ↑

다 꺼내고 펼치고, 부수고, 갖고 놀다 망가뜨리고, 물건 옮겨놓고, x 닦고 있는데 발길질 하고, 팬티 갈아입다 말고 도망가고, 먹던거 하나씩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먹다 말고 놔두고,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일 등.. 

신나게 저지르는 너의 모든 만행은 성교육 할때 쓸려고 따로 앨범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데, 아마도 1시간 정도의 프레젠테이션이 될 것 같구나..

 

 

 

 

11. 공손하게 말하기 교육. 실트플래(S'il te plaît) 

이제는 보이는 건 뭐든 구떼~구떼!! (맛볼래~!) 아니면 도네~ 도네~!! (줘~줘~!). 지난 달 부터 계속 가르치고 있는 말 '해주세요~ / 부탁합니다' 불어로는 '실트플래~'.

이제는 이 표현을 안붙이면 첫음절을 얘기해준다.

나 : 주우~!?

두두 : 셰요~

나 : 시일~?!

두두 : 뚜쁠래~

한번에 이어서 말하는게 되고 나면, 다음 단계는 무언갈 받을 때 "고마워요~" "메흐시~" 라고 하는 거다. 두 동사를 알긴 하는데, 지금은 자기가 물건을 나한테 주면서 "고마워~" 라고 한다 🤦🏻‍♂️  이건 내가 뭘 줄때, 받으면서 따라하라고 "고마워~" 하는 거였는데, 두두에게는 '뭔가를 줄 때 하는 말'로 인지가 된 것 같다. 



 

꽤 피곤 하기도 하지만, 즐겁다. 성장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도 재밌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다. 한편으론 너무 혼자 노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물론 이 집에서 모든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는 있지만, 또래랑도 같이 어울리고 놀면 좋아할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쉽다. 한국이었으면 친구들 아기들과 주말에 만나서 같이 놀고 했을 텐데..

조만간 처가에서 벗어나 도시로 나가게 되면, Crèche라고 두두가 다닐 수 있는 유아원에 등록 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곳과 잘 연결이 되길 희망해본다. 17개월 두두의 성장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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