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날. 드디어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에 서있다. 굳이 이 부분을 서두에 언급하는 이유는 여길 오기 위해삼고초려를 했기 때문이다. 표는 케이프타운을 도착하자마자 끊었으나, 계속된 흐린 날씨로 연기되었고, 계속된 정체와 수용인원 초과로 입구에서 두 번이나 차를 돌려야 했다.
테이블 마운틴
테이블 마운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해 있다. 산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기 때문에 테이블 마운틴이라고 불리며, 상부를 제외하고는 절벽처럼 가파르기 때문에 정말로 우뚝 솟은 듯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양쪽은 가파른 절벽이고 가운데는 좌우 길이가 3km에 달하는 고원으로 동쪽으로는 악마의 봉우리와 서쪽으로는 사자의 머리가 있다. 평평한 모양의 산봉우리를 가진 이 산은 6백만 년 동안 침식을 견뎌왔으며 1,470여 종 이상의 식물 종을 가진 지구 상에서 가장 풍부하지만 가장 규모가 작은 야생 식물원이다. 또한 테이블 산은 멸종 위기에 있는 수많은 희귀한 종의 서식지로, 비비 원숭이, 케이프 망구스, 사향고양이, 스프링복 등이 서식하며 실버트리를 비롯한 각종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신발끈 여행사 전문-
우리 나라의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 되었다.
그러나 이 날 오후에는 케이프 타운을 떠날 계획이어서 이 아침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테이블마운틴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앞선 두 번의 실패를 본보기로 이 날은 정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이자, 케이프타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으므로, 짐 정리와 청소, 체크 아웃까지 다 해버리고, 모든 짐과 남은 식재료를 싣고 7시가 되기 전 집에서 나와 테이블마운틴으로 향했다.
다행히 입구를 통과하여,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지만 이미 대기 장소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어서 눈치껏 주차를 해야 했는데 다행히 주차되어있던 차 한 대가 빠져나갔고 승리의 여신은 내 손을 들어주었다. 마치 이날은 테이블마운틴이 우리의 방문을 허락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늘은 청명하고 티끌 한점 없이 맑았다. 케이프타운의 최고봉 테이블마운틴 올라 아름다운 전경을 보기에 정말 완. 벽. 한 날이었다.
케이블카 탑승장은 줄지어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계속해서 버스와 차량은 올라오고 있었다. 탑승장은 해발 300m 지점에 있는데, 정상인 해발 1084m까지 단 두 대의 케이블카가 사람들을 실어 올리고, 또 정상에서 싣어 내리고 있었다. 이곳의 케이블카 또한 명물인데, 한 번에 30명가량 태운 이 케이블카는 700m 위로 절벽을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360도로 회전을 한다. 🚠
회전하는 케이블카 덕분에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모든 뷰를 돌아가며 다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라 도로 위 지나가는 자동차는 물론 저 멀리 배가 움직이는 것 까지 다 보였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정말 금방 정상에 도착했는데, 한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ㅋ
정상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순간 닭살이 돋기도 했을 정도로 쌀쌀했으나, 내려쬐는 햇빛에 다시 더워졌다.
뷰 포인트에 서자, 정말 그냥 서서 찍으면 작품이 되는 곳이 이런 곳일 아닐까 싶었다.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는 옅은 흰 띠로 구분되어지고, 발아래 남아프리카의 도시와, 해변과 대서양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이런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었다.
테이블 마운틴의 정상은 고맙게도 전 지역이 와이파이 지역이었고, 가족 및 친구들과 영상 통화로 새해 축하 메시지와 함께 이 절경을 공유할 수 있었다. 얼마간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가장자리를 따라 경치를 보며 걷기 시작했는데 두두도 처음 보는 것들 신기한 모양이다. 한 곳에 앉아서 같이 발아래 경치를 감상하곤 했는데, 10개월짜리 아기가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지평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긴 하다 ㅎ
정상 위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분주해 보였다. 날씨가 좋으니 사진은 덩달아 잘 나오는 모양이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나 같은 막손이 대충 찍은 것도 이 정돈데,, 나비님 같이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이라면, 내려가는 데로 전시회를 가져도 될 만큼의 분량을 뽑지 않았을까 싶다ㅎ 다시 한번 사진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른다,,
산 정상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테이블마운틴 위에 전 세계인이 다 모인 듯 했다. 펌이 된 머리와 큰 선글라스, 핑크 계열의 색이 섞인 등산복. 경쾌한 웃음소리는 누가 봐도 한국사람이었다 ㅋㅋ 엄마 연배이셨던 분들은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 있는 최연소 아가였을 두두를 보며 너무 좋아했다. 잠시 였지만 무슨 폭풍이 지나간 것 마냥 한국 할머니들은 사랑을 듬뿍 주고는 쿨하게 사진찍으로 어디론가 가셨다.
우리는 왼쪽 끝을 따라 걷다가 중앙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남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그리고 방향이 바뀔 때마다 테이블마운틴은 계속해서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며, 풍경도 시시각각 변했다.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구름도 꼈다가 또 어느샌가 해가 쨍~ 하고 나타났다.
반대편에서 보는 경치 또한 멋있었다. 반대편 능선에서 구름이 깔리면서 절벽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하늘과 바다와 해변과 절벽의 구름을 함께 찍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욕심만 앞설 뿐이다.ㅜ 어디선가 본 적은 있는 듯한 산 위 구름이 움직이는 타임랩스 영상만 겨우 하나 건지고서 이동했다.
실컷 돌아보고 출구로 향하는 길, 바위 끝에 케이프 망구스가 볕을 쬐며 쉬고 있다. 경치를 좀 봤다는 듯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구름을 보고 있는 모습이 귀엽고 평온해 보인다. 반대편에서 보는 해변의 경치는 정말 멋있었다. 물속이 다 비칠 정도로 깨끗한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들이 출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잡았다.
다시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가는 길. 아직도 우리가 이곳에서 정말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날씨 속에서 머물다 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내려가는 케이블카 안, 회전하며 보이는 풍경을 보며 그냥 감상에 젖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아내는 두두와 바깥의 하늘, 바다, 나무, 바위들과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이로써 우리의 오랜 숙원(?)이었던 테이블 마운틴 관람이 끝났다. 1인당 2만 5천 원의 조금 높은 입장료임에도 전혀 아까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안구와 마음이 정화된 듯한 느낌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밖을 나왔는데, 점심시간이 돼가고 있었던 만큼 기온은 점점 올라 훨씬 더워져 있었고, 출발 전 보다 훨씬 길어진 케이블카 대기 줄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인파를 뚫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남아공에 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소고기 스테이크. 🥩 앙골라에 있을 때는 소나 돼지, 닭의 도축이나 위생 정보를 알 수도 믿을 수도 없기에... 그래서 잘 안 먹게 되었는데.. 고기 파인 나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남아공은 신선한 육류와 채소, 과일과 와인으로 유명해서 첫날부터 구워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중이었는데, 매일매일 밥 타임이 너무 기다려지고 또 행복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스테이크 집을 찾았고, 배부르게 먹고 난 뒤 식당 한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선해 보이는 고기들을 몇 개 샀다.
이때 두두는 10개월. 부쩍 뭐든 잡고 일어서서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 우리는 앙골라로 가져갈 생각으로 진공 포장된 고기들까지 몇 팩 산 뒤, 남아공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러 스텔렌보쉬 와이너리로 이동했다.
요약
테이블 마운틴은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임.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