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로 이곳 스텔렌보스(Stellenbosch)의 한 와이너리를 택했습니다. 프랑스도 물론 와인이 유명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또한 세계적인 와인 생산국중 하나이며, 특히 이곳 스텔렌보스는 남아공 와인의 수도라 불리는 만큼 많은 와이너리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시음 투어를 항상 하고 있으며, 농장에 따라서는 숙소를 제공되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중 한 곳에 예약을 하고 우리의 2020년 첫 해를 이곳에서 맞이 하기로 했습니다. 테이블 마운틴에서 내려온 뒤, 곧바로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했던 것 같네요.
정말 시골이기 때문에 와이너리를 제외하고는 근처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녁과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것들과 지인 선물 같은 걸 미리 사두기 위해 와이너리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습니다. 고기는 이미 샀고, 우리가 가는 곳이 와이너리라 와인을 살 필요도 없고, 두두 먹을 거랑 선물로 차와 함께할 비스킷 같은 것을 샀는데, 카페인이 없어 산모가 마시기 좋다는 루이보스 티가 유명한 듯했습니다.
비글 모드로 변신한 두두를 보며 영혼이 가출한 채로 서있는 저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언의 격려를 미소를 담아 보내줍니다.. ㅎㅎ 가만 두면 전부 다 끄집어낼 기세라 얼른 비글 한 마리를 카트에 싣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와이너리. 12월 31일. 2019년의 마지막을 와이너리에서 보내는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닌 듯했습니다. 시음을 하기 위한 팀들이 시음 장소에서 치즈와 함께 와인 설명을 듣고 있는가 하면, 나머지 숙소에도 이미 누군가 와 있네요. 한국이나 도시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연말 분위기입니다.
이곳이 우리가 묵었던 숙소입니다. 조그만 풀장과 큰 풀장 두 개가 있었는데 작은 풀장의 물이 조금 더 따듯했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원래 주인 내외가 거주하던 곳이었는데, 보통은 이곳에 거주하지 않아 렌트를 한다고 하네요. 역시 사장님 클라쓰 ㅠ 난 언제...
그동안 배가 고팠는지 두두는 오자마자 우유와 요거트등을 흡입을 합니다. 이때 두두가 10개월이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엄청 통통했었네요 ㅎㅎ 사실 남아공 여행 간 아내와 저는 살이 쏙쏙 빠졌는데, 그게 전부 두두에게 몰빵이 된 듯했습니다. 엄빠가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먹여주고 놀아주고 재워주니 아기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시간이 없나 봅니다 ㅎ 우린 거의 반 죽었지만요;;
대충 두두도 저희도 배를 채운 듯하여, 더 어두워지기 전에 농장을 둘러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도로가 근접해 있어 가끔씩 트럭 지나가는 소리가 굉장히 가까이 들리긴 했지만, 시원해지는 공기와 드넓은 포도밭, 그리고 석양을 받고 있는 언덕(?) '존케르삭'을 보고 있자니 이 모든 것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평화로웠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늘 하던 데로 두두 샤워를 시키고 저녁을 먹였더니 이내 잠이 쏟아지나 봅니다. 아내가 두두를 재우러 들어간 사이, 저는 우리들의 2019년 마지막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만찬이라기엔 민망할 수준이지만, 신선한 고기와 좋은 와인과 함께 하니 나쁘지 않습니다 ㅎㅎ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는 테이블이었지만,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나쁘지 않은 요리와 함께 우리의 2019년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지나고 있었습니다 ^^
2020년 첫날 아침.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한 날씨가 새해의 첫날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듯 합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조식이 제공되어 더더욱 좋았습니다 ^^ 바게트,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우유, 시리얼, 과일 주스와 요거트와 향기로운 커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었습니다.
파란 하늘 만큼이나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평온한 와이너리에서의 풍성한 아침. 이보다 완벽한 아침이 또 있었을까 싶네요. 10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ㅎㅎ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는 우리는 수영장과 자쿠지를 오가며 놀았습니다. 떠나기 싫어서 더 놀려고 하는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딱 하루만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는 돈벌러 갈 타임ㅋ) 실컷 잘 놀았는지 두두는 낮잠에 들어갔습니다. 이때를 이용해 아내와 나는 정리와 청소를 하고,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관리인에게 지인 선물용 와인을 몇 병 더 사고 싶다고 전한 뒤, 어제 우리가 마시려고 주문했던 와인과 함께 결재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와인이 싸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지에서 사면 가격 급 후려쳐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그러나말거나 좋은 것은 좋은 것. 더 사지 않았던게 후회됩니다;;; ㅎ
이렇게 해서 우리는 즐거웠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근거지인 앙골라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루하루 다녔던 모든 곳들이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 정말 너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서, 연휴를 이용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코로나로 이 모든 게 완전히 바뀌어 버릴 줄.. ㅠ
다음에 오게 된다면 다른 지역을 갈 테지만, 이 곳 스텔렌보쉬(Stellenbosch)만큼은 따로 이틀정도를 배정해서 이번 처럼 푹 쉬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