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펭귄 서식지를 구경 한 뒤, 사이먼스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는 서둘러 오늘의 마지막 미션인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향했다.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으로, 중세 항해자들에게는 이 곳이 보이면 동방(인도)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고 해서 희망의 이름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

희망봉은 1488년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처음으로 발견했으며, 1497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봉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는 해역이 거칠어 '폭풍의 곶(Cape of Storms)'로 불렸다가, 포르투갈의 주왕 2세에 의해 '희망의 곶'으로 바뀌어 불렸다. 실제로는 아굴라스곶(희망봉에서 200km 거리에 있음)이라는 곳이 아프리카 최남단이지만, 암초가 많아 항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케이프 반도가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이러한 역사적의 배경과 아프리카의 끝, 지구의 끝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희망을 상징하는 곳이 되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안 그래도 조그만 사이먼스 타운은 차들로 꽉 차 버렸다. 가까스로 마을을 벗어나 희망봉으로 향하는 길. 정말로 가는 길 중간엔 아무것도 없고 오직 도로만 있을 뿐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도로 위에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일부는 내려서 어디까지 막혀있는지 보려고 도로를 따라 걷기도 했고, 포기하고 돌아가는 차량도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도 너무 지겹고 포기할지 말지를 고민 할 무렵,, 반대쪽 도로 코너 끝에서 원숭이(?)들이 뜬금포로 나타났다.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더니, 이내 여러 마리가 절벽으로부터 따라 내려왔다. 'Baboon'이라고 불리는 이 원숭이들은 개코원숭이 한 종류이며, 이곳에서는 유명한 악동이다. 그래서 뭘 주거나 만지지 말라는 안내 문구를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원숭이가 신기한지 두두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창밖을 보며 우-우- 거렸다 ㅋㅋㅋ 원숭이들이 길을 따라 내려오며 우리 차를 지날 때쯤, 내 눈에는 열려있는 뒤쪽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찰나, 그 창문을 통해 원숭이 손이 쑤~욱 올라오더니 차 안으로 난입을 시도하면서 순간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나의 초인적인 반사 신경이 창문을 바로 올리면서 원숭이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지만, 정말 큰일 날뻔한 순간이었다. 😂

바분 무리들을 보내고도 한참을 더 도로위에서 기다려야 했다. 희망봉으로 가는 입구 매표소를 지나기 전까지 우리는 총 3시간을 도로 위에서 찔끔찔끔 움직였다. 공항에서 유심을 사지 않았던 게 다시 한번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이다. 왜 그랬나 보니,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나오는 차량 수만큼 입구에서 들여보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틀린 건 아니지만.. 아 너무 지치는 날이다. 우여곡절 끝에 희망봉 매표소를 패스하고 한참을 달리는데 이번엔 타조가 있다. 사육하는 타조는 봤어도 이렇게 쌩 야생타조는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갑자기 후드득하면서 달려와서 쪼을 것만 같아, 서둘러 몇 방 찍고 차로 뛰어 들어왔는데, 확인해보니 딱 두 장 찍혀있다 ㅎ

야생 원숭이와 타조의 환영을 받으며, 우여 곡절 끝에 우리는 희망봉에 도착했다. 포토존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희망봉을 상징하는 표지판에는 The most south - westen point of the African continnent라고 적혀있다. 최남단이 아니라 정확히는 최 남서단이 맞는 표현이다.

두두를 등에 태우고, 암석 지대인 희망봉을 올랐다. 이로써 두두는 아프리카 최남서단을 생후 10개월에 찍게 되었는데, 나중에 좀 크면 보여줘야겠다. 어마어마한 바람을 맞으며 희망봉 정상(?)에서 실컷 바다 구경을 하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돌탑을 쌓겠단다,, 가만 보니 옆에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들이 여기저기 있다. 우리도 거센 바다 바람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돌을 몇 층 쌓으며 소원을 빌었다.

희망봉은 이곳이지만, 진짜 전망대는 케이프포인트라고 해서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망대를 먼저 갔다가 희망봉을 직접 오르기 위해 이곳을 오는 것이 순서인데, 내가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여길 먼저 오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봉을 먼저 찍고, 전망대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주~욱 주차되어 있다. 제시간에 왔다면 꼼짝없이 멀리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었어야 했겠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시간에 와서 전망대 주차장 바로 앞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차를 세우자 어김없이 원숭이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래~ 이게 아프리카지!! ㅎ

10분 차이로 케이블카 운행이 종료되었다.ㅠ 두두를 앞으로 메고 천국으로 향할 것만 같은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숨이 가빠지고 땀이 날 듯 말 듯 30분 정도 오르자 슬슬 그 뷰가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대에 도착해보니, 올라온 길을 제외하고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저 멀리 테이블 마운틴이 보였다. 테이블 마운틴은 대단한 녀석이다. 진짜 어디에 있어도 보인다. 잠시 끝도 없는 바다를 넋 놓고 보고 있자니, 우리네의 아등바등한 삶이 참 덧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노을이 지기 시작하니 세상이 온통 금빛으로 물들어 갔다. 세상의 희망에서 보는 황금빛 바다와 노을 지는 하늘은 또한번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머물렀던 장소가 희망봉이어서 일까,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왠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밤이다.

 

요약

  • 희망봉(Cape of Good hope)는 아프리카 최남단이 아니라 최 남서단이다
  • 사이먼스 마을에서 희망봉으로 갈때 무지막지하게 밀림
  • 그래서 반드시 유심을 공항에서 구매하고 실시간 트래픽을 확인 하는 것이 좋음
  • 희망봉으로 가는 길 야생 원숭이(Baboon) 무리와, 타조를 만날 수 있다
  • Baboon이 보이면 차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 케이프 포인트(전망대)에 가면 케이블카가 있는데, 경치를 감사하고 싶으면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 테이블 마운틴은 어디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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