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아는 누님이 들려주는 '책 육아' 하는 법

오늘은 오랜만에 육아책이다. 파리에서 무더기로 산 중고서적 중에 꼽사리 껴있던 책.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지난 번 수잔 아지매의 '흔들리지 않는 육아' 이후 이건 뭐 또 정신수양 해야 되는 내용만 잔뜩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까고 보니 제목 그대로 정말 지랄발랄한 누님의 우여곡절 다 보여주는 육아 스토리이자 스스로 책 읽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책 육아'의 참고서 같은 책이었다.

 

가식이 없는 문장

책을 보면서 아니 글을 읽으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가식적인 내용. 뭐였더라 지난번 나를 소름 돋게 했던 책. 이기주 기자의 '언어의 온도'. (현)라면 받침을 펼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엔 느낄 수 없던 온도를 나는 이 책을 보는 내내 느꼈다.

 

육아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사심없는 문장에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온기마저 느껴졌다.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육아?

그녀가 성공시킨(?) '책 육아' 말고도, 무엇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지 육아의 본질과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서도 틈틈이 알려주는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나는 아빠긴 하지만,, 

 

일단 쓸데없이 책 욕심이 많은 아재의 감성을 저격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하는데, 이로써 와이프님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더라도 책을 더 사서 집에 깔아놔야 할 타당한 이유가 생겼다. 내 책도 더 사고~ 애들 책도 더 사고~ ;)

 

두 번째로 내려놓기. 아이를 나의 기대치에 나의 생활습관에. 나의 기준에. 맞추면 안 된다는 것. 무조건 하고 내려놔야 한다는 것.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좋다는 레슨 보내고 하는 거.. 아아~~ 무 소용없다는 것. 남들 다 있는 장난감, 남들 다 있는 전집,, 다 필요 없다는 거. 

 

아이가 뛰놀고 잠을 안잔다던가, 장난감 다 엎어 놓고 치우질 않는 다던가, 밥 먹을 때 물컵에 모든 음식을 퐁당퐁당 빠뜨리는 놀이를 해도 그래도 된다고 내려놔야 한다는 것. 라떼야 이럴 때마다 다리몽둥이 부러지도록 처맞으며 컸기 때문에 이런 것만 보면 눈이 뒤집히지만 그래도 내려놔야 한다는 것.

 

또 한가지 와닿았던 것은 잠. 나도 그렇지만 애들이 잠들어야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피곤한 몸과 충혈된 눈으로 꾸역꾸역 핸드폰으로 기억에 남지도 않을 뉴스거리들을 잠이 들기전까지 훝어왔었다. 엄마,아빠가 늘 피곤하면 예민해지기 쉽고, 그 악영향은 그대로 아이에게로 간다는 것. 그러니 자라. 충분히 자란다. 아이를 위해서.

 

엄빠가 노력 하는 만큼 아이도 따라 큰다는 얘기에 난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한번 생각 해보게되었다.

 

그러면서 육아란 아이를 성장 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나 또한 (찐)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른 아이다.

 

책 육아, 영어 육아

하은맘 누님이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는 것은 책 육아. 그럴 만도 한 게 이 책의 주인공(?) 하은이는 6~7세 때 이미 영어 책을 혼자 읽기 시작했다는데서 '와~ '가 한번 나오고, 어려서부터 다독을 한 덕분에 다른 과목에서도 이해력이 매우 높아 모든 과목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온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사교육 없이 집에서 책 육아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는데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사교육도 없고 영어 유치원은커녕 세 돌이 될 때까지 집에서만 자란 하은이가 혼자 영어책을 읽는 것도 모자라 학교에서 상위 클래스라고?! 그렇다고 엄마가 엄청 교육적으로 일가견이 있다던가 영어를 마스터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하은이가 이 모든 것을 지금 해낼 수 있는 것의 원천은 바로 '책 육아'를 했기 때문이라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책을 통해 어려서부터 영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책뿐만 아니라, CD, DVD 같은 걸로 계속해서 보고, 들으며 지내왔기 때문에 영어가 하은이에게는 어렵지 않게 된 것이라는 얘기.

 

백번 천 번 맞는 얘기다. 엄빠의 언어가 서로 다르고, 이제는 영어의 나라에서 적응 중인 이제 겨우 세돌이 다돼가는 첫째를 보면서 아이들 언어 습득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고 '노출'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나도 장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은맘은 한국의 집에서 영어 책과 CD, DVD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가 영어에 노출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어린 하은이가 다른 언어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라는 것.

 

그래서 무슨 책을 사야 되냐고?

물론 이 아줌니는 자신이 책 육아하며 사용했던 모든 책과 방법, 심지어는 CD 플레이어 모델까지도 알려주고 있지만, 반드시 이 방법을 고수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굳이 나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신 이 책에서 설명하 듯, 세상에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없다. 단지 더 비싼 책이 있을 뿐. 맞는 얘기다. 메이커 전집 몇십만 원 주고 산다고 아이가 좋아할까? 돈 써서 사놨더니 보지도 않고 훽~ 하면 혈압 오르는 건 누구?ㅋ 답은 나와있다. 그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거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는 것.

 

그리고 엄빠가 책을 읽는 모습을 모여주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빠를 보고 따라 하니까.. 난 핸드폰 보면서 넌 책읽어라? 나같아도 안하겠다ㅋ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는 인성이 나랑 딱 비슷한 수준인 아줌마가 십 년 전에 지금 내가 육아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 화, 고민과 좌절, 고통과 분노, 우울과 후회뿐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 사랑과 다짐 이 모든 과정을 책으로 엮어 둔 것 같다. 세상의 부모들이라면 극히 공감할 만한..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써놓은 참으로 솔직한 육아서라는 사실. 십 년이 다 되가는 책임에도 내용이 재밌고 잘 읽힌 다는 것은 그만큼 잘써진 책이라는 얘기고, 또 한편으로는 참으로 육아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그 전에는 어땟는지 상상도 (문득 떠오르는 '우리 엄만 어떻게 했을까?ㅋ...')

 

책을 보는 동안, 상황상황에서 그녀가 내뱉는 거침없는 표현(상스러운 표현)들이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바와 너무나 꼭 같았기에 더 재밌지 않았나 싶다. 아 여기 나같은 돌+아이가 또 있구나~ 하는 느낌,, 이 아지매도 그랬구나;;

 

좀 뭐 자기 말 맞다고 들어라고 다그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책이고, 또 도움 될만한 참고 서적도 많이 알려주므로 초보 엄빠들이 참고 하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책육아', '영유아 영어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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