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보수 공사를 마치고 5년 만에 돌아온 시계탑 빅벤(Big Ben)

 

지난 주말 우리는 비글 둘을 데리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역(Westminster station)에서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려는데 그날따라 유난히도 빅벤을 등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직 공사중일 껀데..;;' 

이미 몇 차례 이곳을 왔던 우리는 때마다 보수 공사로 인한 족장과 가림막으로 에워싸인 빅벤을 여러 번 봐왔던 터라, 시계탑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전방만 주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2021년 11월 보수 공사중인 빅벤

 

 

비글 1,2호를 태운 유모차 핸들을 꽉 잡고 공간 침투 능력을 200% 발휘하고 있던 나를 아내가 갑자기 불러 세운다.

 

"저 거봐 공사 끝났어!!!!!"

 

그랬다. 거기에는 그동안 번번이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겨줬던 영국의 랜드마크 빅벤(Big Ben)이 그동안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영국의 랜드마크 빅벤(Big Ben)

 

 

빅벤(Big Ben)

 

빅벤은 웨스터민스터 궁전 북쪽에 위치한 시계탑이다. 시계탑의 4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명종이 설치되어 있으며, 시계탑 자체만 해도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 

 

 

웨스터민스터 궁전과 빅벤. 출처 tour.uk

 

 

빅벤의 높이는 96m로 종탑까지 334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며, 바닥은 정사각형으로 양쪽이 12m로 설계되었다. 

 

시계 다이얼의 지름은 6.9m이며, 잉글랜드의 장미, 스코틀랜드의 엉겅퀴, 북아일랜드의 토끼풀, 웨일스의 리크를 특징으로 하는 방패에 영국의 4개 국가가 모두 표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런던의 빅벤

 

 

네오고딕 양식의 대표 건축물로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87년)으로 지정되어 그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은 바 있는 빅벤은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여, '엘리자베스 타워'로 명명되었다.

 

1859년 시계탑이 완성된 이후 약 160여 년 동안 운영되어온 빅벤은 시설의 노후화에 따라 2017년 9월부터 2021년까지 4년간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2017년 8월 27일 자정을 마지막으로 종소리를 울린 뒤 현재까지 유지보수로 인해 종을 울리지 않고 있다.

 

 

빅벤의 역사

 

빅벤이 세워지기 이전, 웨스트민스터 궁전에는 이미 기존의 시계탑이 존재했다고 한다. 영국의 의회와 시계탑이 굉장히 긴 역사를 지닌 만큼 그동안의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어떻게 해서 지금의 빅벤이 탄생하게 된 것인지 그동안 스토리를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1290년대 : 최초 시계탑이 그 자리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기록이 없다..  

 

1367년 :  초기 시계탑은  새로운 탑과 시계로 교체되었는데 이것은 영국 최초의 public chiming type 시계이다.

 

1698년 : 중세 시계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태양 다이얼이 설치되었다.

 

1699년  시계탑이 무너짐으로 인해 그 종은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보내졌지만 도중에 망가졌다.  

 

1716년 시계탑의 종이 다시 주조되어 나중에 세인트 폴 대성당의 사우스 웨스트 타워에 걸리게 된다. 이는 빅 벤이 종을 울릴 수 없는 경우  세인트 폴에서 대신 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1834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화재로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다. 

 

1840 : 웨스트민스터의 새로운 궁전 건설이 시작되었는데,건축가 Charles Barry  새 궁전을 디자인하는 위임을 받고 그의 최종 디자인에 시계탑을 포함한다.

 

 

화재 후 새로 건설된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시계탑 빅벤(1858). 출처 영국 의회 컬렉션

 

 

1843년  시계탑 건설이 시작되어, 기초석을 놓았다.

 

 

▶ 빅벤의 기초석은 어떻게 놓아졌을까?

 

 

1846년 누가 시계를 만들지 결정하기 위한 대회가 열렸는데, 천문학자 로열, 조지 에어리 경이 심판 심판으로  지명되었다. 시계의 정확성에 대한 규정 설계가 완성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1852  John Dent Edmund Beckett Denison의 디자인에 따라 시계를 제작하도록 임명되었다. 웨스트민스터의 새 궁전이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 개관식 때 문을 열었  

 

1854년  시계 메커니즘이 완성된다.

 

 

시계탑이 완성 되기 전의 그림(1858), 출처 영국 의회 컬렉션

 

 

1856년  최초의 빅벤에 설치된 '종'은   Stockton-on-Tees 근처의 Warners of Norton에서 주조되었다. 이 종은 원래 '로열 빅토리아'라고 불릴 예정이었다.

 

1857년 :  최초 '빅 벤'은 테스트 중에 1.2m 균열이 발생했다. 종의 제조사인 워너스와 시계 디자이너인 에드먼드 베켓 데니슨  누구 책임인지를 놓고 충돌한다.  

 

1858년 4월. 두 번째 '빅 벤'의 종이 이스트 런던의 화이트채플 벨 주조 소에서 주조되었다. 백마 16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신궁 마당으로 옮겨져 종탑까지 올라갔다.

  

1859년 5월 31일. 시계가 울리기 시작하고7월 11일에 처음으로 대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해 말 빅벤은 다시 균열이 발생되었다고 보고되면서 한동안 종을 울리지 않게 되었다.

 

1863년 영국 왕실의 천문학자 조지 에어리 경의 제안에 따라 빅 벤 90도 회전하고, 망치 크기가 줄어들면서 빅 벤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테스트를 완료함에 따라 다시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1923년  BBC 라디오가 새해 전날 영국에 빅벤의 종소리를  처음으로 방송했다.

 

1932  Big Ben의 파업이  King George V의 크리스마스 방송 중에 알려졌다.

 

1939년  이때부터 1945년 4월까지 시계 다이얼은  2차 세계 대전 중 정전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완전히 off 상태가 되었다.

  

1945년  전시 정전 규정이 해제되면서시계 다이얼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출처 영국 의회 컬렉션

 

 

1976년  8월 5일 한밤중에 기계 고장으로 시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 진자 추는 추축 아래로 완전히 휘어졌으며, 시계 메커니즘은 완전히 망가져 거의  9개월 동안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수리는 1977년 5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웨스트민스터 홀 방문을 기념하는 종이 울리는 시간에 맞춰 완료되었다.

 

2007 : 빅벤 ​​8월 11일부터 10월 1일까지 시계가 필수적인 보수 작업을 하는 동안 침묵했다.

 

2012  빅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이아몬드 쥬빌리(즉위 60주년)를 기념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타워'  이름이 변경되었다.

 

2017  미래 세대를 위해 엘리자베스 타워는 지금껏 가장 길고 광범위한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보수 공사 중인 빅벤, 출처 영국 의회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가 되기까지

 

빅벤이 영국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예술적으로도 뛰어난 건축물임은 물론이거니와 185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 15분 간격 그리고 정시에 정확한 타이밍에 종이 울리도록 설계된 기술적 정교함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시계 메커니즘 출처 영국 의회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게 시간을 알리기 위해서 시계 자체의 메커니즘을 완성하는데만 2년이 걸렸으며, 시계가 매 15분, 30분, 45분 그리고 정시를 가리킬 때 영국에서 가장 큰 종이 정확하게 울리게 하기 위해(1초 이내의 오차) 설계 단계 때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영국에서 만든 가장 큰 종. 출처 영국 의회

 

 

시계와 종, 그것을 때리는 망치의 밸런스를 완성 한 이후에도 더욱 정확한 시간을 알리기 위해, 그리니치 천문대에 있는 가장 정확한 크로노미터의 시간을 웨스트민스터 궁전으로 전송받아 그 오차를 1초 이내에서 범위로 좁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 빅벤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가 되기까지

 

 

엘리자베스 타워, 빅벤 투어

 

원래는 웨스트민스터 궁전 관람과 함께 빅벤 내부 투어도 가능했으나, 보수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는 현재까지 빅벤을 제외한 궁전 관람만 진행 중에 있다. 올해 타워 공사가 완전히 종료되는 대로 다시 투어를 진행한다고 하니 그때 직접 가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런던 버스 21대를 위로 쌓아놓은 것과 같은 높이라는 빅벤(96m). 건물 11층 높이의 꼭대기까지 이르기 위해 올라야 하는 계단 수 334개. 쉽지는 않겠지만 영상을 통해 본 내부의 모습은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 BBC에서 방영한 '새로워진 빅벤의 내부 모습"

오랜 보수 공사를 끝내고 더욱 위풍당당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빅벤. 머지않아 그곳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영국의 랜드마크 빅벤 이야기 끝~!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