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팩트풀니스 FACTFULNESS. 사실 충실성. 어느 날 문득 세상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졌는데, 상식과 사실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자라는 생각에 골랐다. 한국에서 소포를 보낼 때 라면을 포기하고 넣었던 책이자, 뱃살보다는 뇌를 찌우기 위해 선택했던 책. 내용은 지루해 보여도, 무언가 배울 것이 있을 거란 느낌에 하고 많은 사실을 증명하는 책들 속에서 이걸 골랐던 것 같다.

 

 

세상은 생각보다 살만하다

두꺼운 표지를 넘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컬러풀한 도표였다. 이 책은 각 나라들을 후진국, 개발도상국, 선진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기대 수명과 연소득에 따라 1 - 4단계로 나누어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는 책에서 얘기하는 갭마인더라는 툴을 이용해 확인해본 건강과 부유한 나라의 데이터이다.

 

출처 갭마인더

 

countries_health_wealth_2016_v151.pdf
1.04MB

 

도표에서 보듯 우상향으로 갈 수록 평균 수명이 높고, 소득 또한 높다는 의미인데,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당연히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동남아와 중동지역의 나라들도 눈에 띈다. 이것이 무려 2015년 자료이다. 최근 자료를 gapminder.org에 접속하여 찾아보니, 그동안 또 많이 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 수명과 소득에 있어서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출처 갭마인더

 

글쓴이가 이 자료를 시작으로 책이 끝날때까지 얘기하는 바는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은 상태(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기와 물,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받고 있으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아니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도 차별 없이 고등교육까지 이루어지고 있음) 임에도 우리는 현재의 삶을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자료, 통계적인 수치는 모두 2017년 즉 3년 전의 자료이긴 하나, 그럼에도 여기에 사용 된 데이터들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세계가 훨씬 살만한 세상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부정적 시각과 관점은 비록 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들. 학생, 교수, CEO, 의사, 일반인, 여성 단체, 정재계 리더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오류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질문 중 몇 개를 뽑자면,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2.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 일까?

A. 20%          B. 50 %          C. 80%

 

3.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 정답률은 침팬치가 3개의 박스 중 바나나가 있는 박스를 고를 확률인 33%와 늘 비교된다. 틀렸다고 해서 침팬지보다 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라별, 직업별 정답률을 봤을 때, 그 결과는 참담하며, 2번과 3번 문제의 경우 가장 많이 맞춘 스웨덴 사람들의 정답률이 25%, 21% 였다. 이것으로 우리(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지 증명이 되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본문은 자연스럽게 그 원인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고 책이 끝날 때까지 그 원인과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작가는 그 원인을 인간의 10가지 본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는 미디어 때문에 사람들은 [사실충실성]에서 멀어진다고 얘기한다. 그 본성 10가지는,

 

1) 간극 본능 -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편향

2) 부정 본능 - 세상이 무조건 갈수록 나빠진다고 보는 편향

3) 직선 본능 - 앞으로의 추세가 지금처럼 쭉 갈거라 보는 편향 

4) 공포 본능 - 언론에 노출된 비관적인/극단적인/공포스러운 일에만 신경쓰는 편향

5) 크기 본능 - 숫자/사건 하나하나에 일회일비하는 편향

6) 일반화 본능 - 몇몇 사례를 들어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거나, 특정 집단의 성향을 보편의 성향처럼 일반화하는 편향

7) 운명 본능 - 특정 사회, 국가, 문화권은 영원히 현 상태로 남아있을 거라 간주하는 편향

8) 단일 관점 본능 -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든 것을 평가하려는 편향

9) 비난 본능 - 모든 잘못된 일을 특정인/특정 집단 탓으로 돌리려는 편향

10) 다급함 본능 - 지금 아니면 영원히 늦는다면서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편향

 

그러면서 그는 미디어의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디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상기에 명시한 우리의 본성을 우리가 알고, 스스로가 사실 충실성에 다가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비판적인 사고로 미디어를 대하고, 단순히 세상은 나빠지고 있다고 인식하려는 본성을 경계하라고 재차 강조한다.

 

 

과연 이 책은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가?

이 아재의 책은 현재까지 이어온 나의 막연한(?) 부정적 시선과 낡은 관념을 깨주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정한다. 나름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오 의왼데?"라고 느꼈던 부분이 꽤 많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내가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을 통계상에서 축소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부분도 있어 보였다.

그중 한 가지가 오염의 공포를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 2011년 일본의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를 든 게 있는데, 그는 쓰나미 탈출 이후 사망한 1600여 명에 대해, 대부분이 노인에 대피소에서의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죽음 주원인이며, 방사능 유출로 직접적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굉장히 의아했다.

여기서 나는 데이터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서 데이터는 그 범주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로 달라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만약 데이터 자체가 투명하지 못하다면, 그런 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치며

나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다. 책도 마찬가지다. 이번 책도 처음 봤을 때와 두 번 째 읽게 되었을 때 이해되는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주저했다. 이 시점에서 독후감을 쓰는 것이 맞는지.. 그러나 내 인생이 그렇듯 완벽한 것은 없는 법. 그냥 내돈내산해서 읽어보고 느낀 바를 깊던 안 깊던 일단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감상문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지만 책을 다 볼때까지 나는 이 작가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무엇보다 사실에 충실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바이지만, 이 책의 앞뒤에 광고하고 있는, 마치 이 책이 팩트 체크의 마스터라던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같은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물론 표지의 화려함. 이건 출판사의 작품이므로.. 차라리 그냥 소소한 표지였더라면, 그 안의 내용이 더 빛을 발휘했을 것 같다.

 

 

책의 끝에 소개되는 이 책의 저자 한스 로슬링씨는 이미 타계했고, 오랜 세월 동안 함께 강연자료를 만들고 통계 자료를 정리해오던 가족들에 의해 이 책이 발간이 되었다고 한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나의 낡은 사고와 사실 충실성과의 간극을 조금은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좋은 점은 '그래도 세상은 많이 나아지고 있구나.' '그래도 살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정적이고 곧 인류가 망할 것 같다는 기억 저편의 암울함이 많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아 참, 위 질문 세 개에 대한 정답은 모두 C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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