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이곳 프랑스에 두 번째 락다운이 시행되기 전, 멀티 플렉스에서 관람한 영화 테넷(Ternet)과 이걸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대해 포스팅 해봅니다.
테넷,TENET(2020)
그간 푸~욱 쩔어있던 육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아빠들의 시간을 갖게 된 어느 아름다웠던 토요일 아침.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 비도 나의 흥분을 식힐 수는 없었지요~ 들뜬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라데팡스의 멀티플렉스로 향했습니다. 아내가 얼마 전 처제와 보고 온 테넷이 재밌다고 친구와도 얘기를 했던 터라 친구와 저는 고민 없이 테넷을 골랐습니다.
관람료는 14유로 정도로 한화로 1만 6천 원가량이지만, 친구 회사에서 제공하는 할인 카드가 있어 거의 반값. 개이득 ㅎ 오랜만에 만끽하는 자유에 우리는 각자 마실 것을 손에 들고 룰루랄라~ 영화관으로 입장~! 한자리 떨어져 앉아 세상 편한 자세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시작하고 십여분쯤 지났을 때부터 슬슬 씬을 놓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네이티브 스피커도 따라가기 벅찼지만, 내용도 의문투성이에 반전의 반전. 과거 장면과 현재 장면의 오버랩, 특수요원 스토리답게 장면 전환도 굉장히 빠르고, 장소 변경도 휙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총을 겨누기만 해도 그전에 벽에 박혀있던 총알이 거꾸로 날아 들어오는 시공간의 역행까지!!!? 🤯
<테넷 공식 예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싶다가 나중에는 이해는 포기하고 멋지게 연출한 액션 장면들만 따라다니기 바빴는데, 2시간 반짜리의 영화는 어느새 엔딩이.. 😳 같이 봤던 프랑스 친구도 "난 자막을 봤는데도 뭔 내용인지 모르겠더라.."는 관람평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 뭔 얘기인지 다시 검색해서 이해하게 됬는데, 자연스레 이 정신없는 영화를 만든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Edward Nolan)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놀란. 한 번쯤은 들어 본 적 있는 아재인데, 알고 봤더니, 최근 개봉했던 덩케르크를 비롯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그리고 다크 나이트,메멘토까지 전부 이 아재 작품이었네요!! 이쯤 되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공상과학, 시간의 역행과 공간의 이동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화려한 액션 + 생생한 연출 거기다 한번 보고는 뭔 말인지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었던 숱한 장면들과 복선, 반전 그리고 장면의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시간이 교차하는 등 보는 동안 욕하면서도 집중하게 만들고, 엄청난 장면들에 넋을 놓게 만들었던 그 영화들 전부가 이 양반 작품.
그는 1970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국적도 가지고 있으며, 7살 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놀란 감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감독 8위에 랭크 되었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장르가 따로 생길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의 특징
사실주의, 현실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은 사실주의 연출의 대가로 불릴 정도로 현실적인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데, 요즘은 어디에나 갖다붙이는 CG(컴퓨터그래픽)을 안쓰기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씬들이 CG가 아닌 실제 촬영을 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예로
- 다크 나이트에서 람보르기니 박살 내기, 대형 트레일러 뒤집기, 폐공장 병원 세트로 꾸며서 폭파시키기, 연필을 사람에게 내리꽂는 장면을 실제로 찍으면서 스턴트맨이 3번이나 의식을 잃기도 함.
- 인셉션에서 꿈이 붕괴되면서 무너지는 건물들을 촬영하기 위해 압축 공기를 이용 실제로 물건들을 터뜨리며 촬영한다거나,
-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불타는 옥수수 밭을 연출하기 위해 실제로 옥수수 밭을 사서 1년간 재배를 해서 태우는 등,,
- 테넷에서 나왔던 비행기랑 격납고 충돌 장면은 실제 보잉 747을 구해와서 세트장에 충돌시켰다고 합니다.
시간
시간은 그의 영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합니다.
메멘토 :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로 과거의 시간의 삭제
프레스티지, 미행 : 액자식 구성이나 역순행 구성
배트맨 비긴즈 :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힌 인물의 과거를 그림
다크 나이트 : 동시간대에 동시에 벌어지는 두 사건을 막아야 하는
인셉션 : 꿈을 소재로 시간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늦추는
인터스텔라 : 우주여행과 상대성이론을 모티브로 시간의 왜곡이 중요한 소재
덩케르크 : 동시에 벌어지는 3가지의 사건을 교차 편집하여, 찰나의 시간에 생사가 갈리는 것을 표현
테넷 : 시간의 역행
촬영 기법 또한 시간 순으로 흐르는 구성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과거와 현재를 뒤죽박죽 섞어 놓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관객도 영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촬영을 하는 배우들도 자신이 정확히 어떤 씬에서 왜 이걸 해야 되는지 이해를 못하고 촬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네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전 이 아재의 영화가 피곤하기도 하지만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실제로 찍었을까 싶은 스케일의 장면들 뿐만아니라 중반 후반으로 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 있는 반전의 요소들. 그리고 그 긴장감이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을 없게 만드니까요.
앞으로 이 아재의 영화라고 하면 이제는 모든걸 한번에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대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느껴라"고 하던 영화 속 대사처럼요.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로 즐거웠던 날의 포스팅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네요. ㅎㅎ 혼돈의 카오스 <테넷>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