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프랑스에서 맞는 어머니의 날. 엄마의 날 일상 로그

이곳에서 어제는 엄마의 날이었습니다. 매년 5월 마지막 일요일이 엄마의 날로 정해져 있는데, 프랑스의 공휴일인 예수님 오신 날(?)이랑 겹치면 한주 뒤로 밀려서 올해는 어제인 6월 7일이 엄마의 날이 되었다네요. 물론 아빠의 날도 있습니다. 아빠의 날은 매년 6월 셋째 주 일요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된 지 15개월이 된 와이프님께 Bonne fête maman (엄마의 날 축하해~!)라고 얘기하며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엄마의 날 그리고 아빠의 날로 나뉘어 있다 뿐이지 사실 축하해주고, 자식들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어머니의 날을 맞아 와이프와 3남매들은 선물을 뭐 살지 몇 주전부터 얘기하더니, 그래도 용케 어제 주문을 한 모양입니다. 

 

 

센스쟁이 장인님이 빵사러 나갔다 오면서, 꽃다발을 사 왔네요. 아빠들이 엄마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미리 얘기 못했는데, 그렇게 얘기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꽃을 받아 들고 같이 점심을 준비하는 엄마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엄마들이 오늘의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초보 아빠는 두두를 돌보고, 할아버지 아빠는 점심때 같이 마실 와인과 샴페인을 골랐습니다.

 

엄마의 날 메뉴

 

메인을 먹을 때는 장인이 초이스 한 레드와인과 함께 했습니다. 1996년 산입니다. 창고에는 이렇게 오래된 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념일마다 한 병씩 오픈하는데, 오래된 와인 대부분은 사실 맛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 병 안에서 마개와 닿아있다 보니, 와인에서 코르크 마개 맛이 날 때가 많거든요. 비비니(Vivino) 어플로 찍어 보았을 때, 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어플임에도 1996년 산 이 와인에 해당하는 리뷰는 볼 수 없었습니다 ㅎㅎ 굉장한 와인은 아니지만 특별한 와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디저트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모든 설거지는 아빠들이 합니다. 사실 매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오늘은 엄마들이 요리를 전담했으니, 치우는 건 아빠들이 전담하기로 합니다. 잘 먹고 다 치우고 나니 잠도 슬슬 오고, 두두도 심심한지 피곤한지 칭얼대기 시작해서 우리는 차를 타고 옆 마을로 가서, 산책 겸 마을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말과 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해서 분명 두두가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차 15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최근 집을 사려고 알아보면서 몇 번 들어본 적 있던 동네입니다. 두두도 처음 보는 곳, 처음 걷는 길이 신기한지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만지고 싶어 합니다.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며, 마을의 특징적인 장소들도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은 집들은 어떻게 꾸며놓았는지 보면서 걸어 다녔습니다. 이쁜 집이나 잘 가꿔놓은 정원이 보이면 우리도 저렇게 만들자는 얘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습니다.

 

프랑스 엄마의 날 레스토랑 간판

 

마을의 한 조그만 식당 앞을 지나던 중, 엄마의 날 메뉴를 적어놓은 입간판이 다시 한번 오늘이 엄마의 날임을 알려줍니다. 어느새 오후 4시 반, 두두 간식 타임이 되니 여지없이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배가 고픈 거 같아 이만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양 떼들과 말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놀랍게도 처갓집에 다다랐을 때, 노부부가 말을 타고 맞은편에서 걸어옵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두두가 다가오는 말을 볼 수 있게 알려줬는데,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하던 두두도 말을 보더니 울음 그칩니다.

 

두두를 안고 차에서 내리니, 말을 탄 노인이 우리 앞에 말을 세워서, 두두가 말과 인사하고 만질 수 있게 해 줍니다. 제 품에 안긴 채 말을 유심히 관찰하던 두두는 막상 앞에 커다란 동물이 있으니 겁이 났는지 만지지는 못했습니다. 만지고는 싶은데 겁은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노부부의 배려로 잠깐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좋은 오후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가던 길을 이어갔는데, 우리 세 식구는 한참 동안이나 멀어져 가는 말의 엉덩이를 보며 서있었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한주의 시작인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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