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아내와 저는 엔지니어로 해외 파견을 자주 다닙니다. 우리 역시 파견 중에 만났지요;; 어쨌거나 이런 근로 환경 탓인지 한 곳에 정착하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코로나 시국 때문인지 식구가 늘어서인지 이제는 어딘가 우리의 베이스캠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설령 앞으로 또 다른 나라에서 근무를 한다고 해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 다른 도시에서 근무를 한다 쳐도 모든 우리의 애장품들과 두두의 장난감 등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우리집이 있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작년 7월부터 앙골라에 파견되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3월 말부터 처가로 피신하여 télétravail(재택근무) 중입니다. 언제 다시 파견지인 앙골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단기간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고, 그래서 지지부진하게 있던 우리의 보금자리 마련하는 일에 다시 시동을 걸기로 했지요. 이번에는 집이라는 보금자리와 인연이 닿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집 검색

우리는 몇가지 조건들을 기준으로 하고, 닥치는 대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 2020년 4월

  1. 처가와 가까울 것 
  2. 정원이 있을 것 
  3. 주위에 이웃들과 바로 붙어 있지 않을 것
  4. 예산 범위 내에 있을 것
  5. 수영장은 없는 쪽이 나음
  6. 복층 구조
  7. 도로에서 떨어져 있을 것

조그만 동네이기 때문에 한 달여를 검색을 했지만, 그 매물이 그 매물이네요 ㅎ 이럴 바엔 새집을 짓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집은 비쌉니다.... 같은 예산에서 새집으로 가려면 정원도 좁고 집도 작아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조금 큰 헌 집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검색에 돌입. 어렵사리 두 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프랑스 매물 검색하는 방법>

프랑스의 부동산 시장은 메이저급과 마이너급 그리고 개인사업장들이 있습니다. 메이저와 마이너까지는 체인점 형태로 운영이 되며, 중심가를 걷게 되면 늘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업중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곳은 보통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개수수료가 몇 %라고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 여긴 업체 별로 천차만별입니다. 한 달 월세를 중개 수수료로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메이저 부동산으로는 Google 에서 maison + 도시 이름 쳤을 때 나오는 첫 번째 페이지의 회사들은 메이저라고 보면 된다. Seloger / immobiller / logic-immo / century21 등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maison paris'라고 구글에 쳐서 아무 데나 들어가 보면 에펠탑 주위 아파트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업체 컨택하기 

관심이 가는 집 두 곳에 대해 메일을 보내 놓고, 동시에 동네의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는데, 그 집이 그 집입니다.. 반경 20km까지 넓혀 보아도 역시나 시골은 이곳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바로 다음날, 메일을 보냈던 두 곳에서 상세 리포트와 함께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1번 집에서 방문 일정을 잡자고 연락이 와서 주말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처음으로 뭔가 조금 진행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

 

집 방문하기

처음으로 집을 방문하는 날 | 2020년 5월

설레는 제 마음과 달리, 우리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듯 하늘은 비가 올 듯 우중충했습니다. 방문할 집으로 가는 길, 주위도 천천히 살펴보는데 출발 한지 5분 만에 도착해버리네요. ㅎㅎ 처가에서 가깝다는 것과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있다는 두 가지 요건은 아주 잘(?!) 충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는 중개사 양반만 나와있었고, 언컨택으로 인사를 나누고, 바로 설명에 들어갑니다. 우린 장인과 처제까지 합세해서 8개의 매의 눈이 이곳저곳을 바쁘게 스캔하기 시작했습니다.

입구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

잔디는 전혀 손질이 되어 있지 않고, 군데군데 손볼 데가 많아 보입니다만 그래도 일단 정원이 꽤 넓습니다.

집 주위에는 이웃이 있었는데, 세 이웃이 도로 하나를 두고 이웃하고 있었으나, 마당이 이쪽을 향해 있는 한 집 쪽으로만 나무를 심어서 조금 가리면, 나머지 두 곳은 집 방향이 이 쪽이 아니어서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사진에서 보았던 복층 구조의 실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나무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고, 복층임에도 방을 제외하고도 데크처럼 되어 있어 2층에서도 거실이 훤히 보이는 구조가 좋았습니다.

벽지를 없애고 페인트 칠을 좀 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바닥은 대리석이라고 하나 색이 우중충해서 크게 호감이 가진 않네요.

채광이 나쁘지 않은 편이나, 벽면이 높아서 창문도 몇 개 뚫으면(?) 집이 훨씬 밝아질 것 같습니다. 화로 사이즈는 컸으나 이쁘지가 않아서, 외관 튜닝이 필요해 보이네요.

지하로 내려와 보니, 창고가 있습니다. 크게 4파트로 나뉘어 있었고, 차고, 빨래방, 유류탱크, 와인 창고로 사용 중이네요. 이곳도 손을 보면, 분명 더 나은 공간이 될 것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정원을 둘러보는데, 축구 경기장이 바로 붙어있습니다. 이미 지도 검색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었으나 실제로 보니 더욱 우려스럽습니다..ㅋ 주말에 집에서 쉴 때, 외부 소음으로 방해받고 싶지는 않은 데다, 휀스가 쳐져있긴 하지만 훤히 다 보이는 것이,, 안전상 걱정도 된다고 얘길 하니, 중개사가 여긴 아이들을 위한 경기장인데, 시골이라 경기가 자주 있지는 않다는 말로 우리를 안심시키려 애씁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기장은 다른데 지어져서 거의 그쪽을 이용한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휀스 쪽도 어느 정도 input이 들어가야 함이 분명해 보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90세의 노모가 혼자 살고 있던 터라 관리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50년 된 집 치고는 집의 기본 구조와 정원의 크기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정원 쪽에 할 일이 많긴 하지만요;;;)

집을 둘러본 4명의 생각은 다 달랐지만, 전반적인 평은 "나쁘진 않은 집"이었습니다. 이후에 페인트칠과 리모델링을 하면 "꽤 괜찮은 집"이 될 거라는데 동의했습니다.

일주일 안에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중개사와는 헤어졌습니다. 그렇지만보면 볼수록 손대야 할 곳이 많아서, 이 집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그 금액까지 고려해서 조금 더 비싸지만 리모델링이 필요 없는 집을 살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쉽지 않네요 역시.. 집이라는 건..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우리는 이번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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