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Boredeaux)에 머문 동안, 세계 최대의 디지털 아트 센터라 불리는 'Bassins de lumière'에서 그림과 이름이 익숙한 화가 클림트의 디지털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미알못이지만,, "클림트의 키스"만큼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고, 파리에서도 한번 같은 전시회를 본 적이 있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은 무엇보다 두두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
Bassins de lumière (바신 드 루미에)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잠수정을 만들고 수리하기 위해 지어진 조선소로 1941년 건설 되었으며, 건설할 때부터 많은 강제 노역이 있었고, 완공된 이후에는 연합군의 집중 타겟이 되면서 독일군뿐 아니라, 프랑스 시민들의 사상도 많이 발생했던 곳으로, 그들에게는 이곳이 아픔의 공간이었습니다.
독일군이 철수 하게 되면서 버려진 폐건물을 Culturespace의 투자로 이 곳은 디지털 전시회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디지털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황량한 바닷가 안벽의 거대한 회색 건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시멘트 외벽과 거대한 녹슨 철문들 사이로 GUSTAV KLIMT 라는 이름과 그의 작품을 실은 광고판이 없었다면 아마도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거기다 평일 오후라 사람도 많지 않네요.
표를 보여주고 게이트를 통과하기 전, 챙겨간 마스크부터 착용했습니다. 프랑스가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 같은 걸 해제하긴 했지만, 실내에서는 어디든 마스크 착용이 필수이고, 사람들도 이것 만큼은 잘 따르는 분위기입니다.
게이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저 거대한 철문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주의 사항판 중에 '수영하지 마시오'라는 안내가 재밌었습니다. ‘웬 수영?’이라고 생각했으나 안으로 입장하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밖에서도 커 보였던 건물 안은 크게 4개의 도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 공간 가득히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잠수함을 건조하던 이곳은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벽에 쏘여진 작품들이 물에도 반영되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파리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클림트이야 너무나도 유명한 예술가이지만, 그의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이렇게 공간에서 연출시킨 Gianfranco Lannuzzi라는 연출가이자 감독도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는 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영상입니다.
어둠 속에서 열심히 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제가 눈으로 봤던 그 모습을 담기엔 역시나 역부족이네요;;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맞춰서 작품들이 춤을 추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지만, 나왔다 사라지는 모습들이 이곳의 벽과 문 넓은 창 등의 공간을 빠짐없이 이용하고 있어 더욱 신기했습니다.
첫 번째 도크의 한켠에서 감상하다 안으로 더 이동 하자, 두번째 도크 사이의 작은 공간에 이곳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부스(?)가 있어서, 이 곳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공간에 적합한 주제였던 것 같다고 느낀 것이, 처음 이곳에 딱 들어서면 시청각적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감탄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잠시 이곳에 대한 설명을 본 다음 도크부터는 조금 더 작품 그 자체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형 관람장으로 크게 4곳의 도크가 있었는데, 가장 마지막 도크에서는 관람석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비교적 공간이 넓어서 두두를 바닥에 내려놓고 좀 편한 상태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두두도 바닥과 몸에 투영되는 여러 색의 빛이 신기한지 요리조리 보고 만져봅니다 ㅎㅎ 이곳도 작품에 따라 클래식 음악과 함께 계속해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는데, 사라졌던 작품들이 다시 나타나자 그걸 잡아보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두두 때문에 처제가 꽤 고생을 했습니다. 😂
자리 앉은 채로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을 마치고는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CUBE라는 공간 안에는 사람들이 제각기 벽에 기대어, 파도 같이 출렁이는 빛들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밀폐된 공간에서의 너무나 현란한 빛과 음악 때문에 우리는 오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큐브에서 나오자 다음엔 둥근 벽면이 나왔는데, 이곳도 안쪽에는 누워서 클림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도 밖에서만 감상했네요 ㅎㅎ
출구로 향하기 전, 이번 전시회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클림트의 키스가 벽면을 가득 채우며, 우리를 배웅해줘서 또 한동안 넋을 놓고 보고 있었네요 ㅎㅎ 언제 봐도 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
완전히 밖으로 나오기 전, 아직 끝판왕이 남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념품 샵에는 각종 노트나 필기구뿐 아니라, 컵, 보드게임, 책, 엽서, 스카프와 인형, 병따개 등 저 키스하는 그림 갖다 붙일 수 있는 물건은 다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그중에 책갈피, 엽서, 카드(?)와 두두에게 줄 그림책을 하나 결재 한 뒤에야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주차를 하고는, 지나면서 봐 뒀던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번 브런치를 먹으러 가면서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도심속 정원 컨셉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습니다. Full 예약으로 자리가 없었는데, 서빙하는 분이 '한 시간 뒤에 도착하는 예약석이 있는데 식사 말고 아페로는 어떤지’ 묻습니다. 우린 당연히 "네!! 네!!" 하고는 얼른 자리에 앉아 즐겁게 메뉴판을 넘겼습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오니, 지난 번 베네치아 여행 갔을 때 먹었던 Aperol 생각이 나서, 같은 걸 주문했습니다. 그때도 이맘때쯤이라 살짝 더웠는데, 얼음과 레몬을 띄운 Aperol 마시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1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순삭 해버려서 아쉽지만 자리를 비워줘야 했습니다. 짧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원에서 아페로 타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바로 옆이 공용 주차장이어서 그런지 차랑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가 듣기 불편함이 조금 있었습니다만, 레스토랑 자체는 분위기도 좋았고, 음식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보르도에서의 하루가 또 지났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