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레위니옹 - '인도양의 파라다이스'를 가다

프롤로그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우리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은 롱디 커플... 인천 공항을 고향보다 더 자주 들낙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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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서둘러 첫번째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레위니옹에서의 첫 행선지는 부르봉 바닐라(Bourbon Vanilla) 농장이었습니다. 고속 도로를 지나 사탕 수수 밭이 펼쳐진 마을로 들어섭니다. 드넓은 사탕수수 밭을 오른쪽에 두고, 하나 뿐인 도로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 농장 입구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정돈 된 잔디밭과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달콤한 바닐라 냄새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한쪽은 여전히 사탕수수를 베고 나르느라 저마다 장비를 탑재한 트럭들이 분주한 반면, 바닐라 하우스 농가 쪽으로는 그저 평온함만이 느껴집니다.

 

 

바닐라 농장 투어는 농장의 직원인 가이드가  농장 전체를 구경 시켜 주면서, 각 공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었는데, 10명 남짓한 여행객들과 함께 1시간 반 정도 진행 되었습니다. 간략하게 가이드의 소개가 끝난 다음, 우리는 비디오 실로 안내되었습니다. 그곳에 앉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버번 바닐라의 역사와 이곳 농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공정들을 설명하는 짧은 비디오를 감상했습니다.

 

 

그 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건물 뒤편 바닐라의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던 경작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바닐라 하우스는 투어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소규모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넓은 곳에서 바닐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투어객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우스이긴 하나, 1년에 한 번 꽃이 필 때, 수작업으로 수분을 시키는 것부터 다 자란 바닐라 빈을 채집하여 말리는 것 까지 모든 공정은 동일하다고 합니다. 각각의 바닐라 빈에는 수분 날짜와 농장의 이니셜이 각인되어 있어, 생산지가 어디인지 바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하우스 바로 옆에는 바닐라빈을 삶는(?) 곳이 있었고, 뜨거운 물에 익혀진 바닐라 빈들이 마당에서 햇살을 맞으며 건조 중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바닐라는 비로소 본연의 달콤한 향이 나기 시작 한다고 합니다. 

 

 

 

햇빛 건조가 완료된 바닐라 빈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 크기와 상태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지고, 등급별로 구분 된 바닐라빈은 다시금 실내의 그늘에서 시간을 두고 건조 과정을 거치게 되고, 먼저 출하 준비가 완료 된 빈들은 따로 밀폐된 상자에 보관되어 다른 빈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닐라 빈의 수분 단계에서부터 빈을 키우고, 건조시키고, 등급을 나누고 출하 준비까지 마치는 이 모든 작업들이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걸 보니, 정말 고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싼거겠죠ㅠ 

 

 

 

 

 

비효율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바닐라가 우리에게 오기 전 거치는 모든 공정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고, 늘 그렇듯 우리는 투어의 마지막 기념품 샵에 도착했습니다. 상점안에는 이곳에서 생상 된 바닐라 빈과 그것들을 활용한 바닐라 설탕, 소금, 오일, 쨈, 꿀 그리고 술도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선물용으로 바닐라 빈 몇 개와 설탕, 소금 그리고 꿀을 샀습니다. 

이후, 꿀은 여행하면서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선물용까지 다 꺼내먹었네요,,ㅋ

 

 

 

 

 

계산대 앞에 섰을 때, 굉장히 고의적으로 배치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안이 훤히 보이는 냉장고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절대로 그 유혹에 넘어갈수 밖에 없었던 저는, 본의 아니게 진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검정의 바닐라 알갱이들이 아이스크림에 박혀있는 것이 보이고, 입에 넣기도 전에 진한 바닐라향이 먼저 코에 도달 했습니다. 찐 바닐라 아이스크림 ㅈㅁㅌ🍦

 

 

우리는 그렇게 저세상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한동안 사탕수수가 잘려나가는 광경을 구경했습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세상엔 셀 수 없이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데 이런 삶도 참 괜찮은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양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에 사탕수수와 바닐라를 재배하며 사는 삶. ^-^ 분명 그 내면엔 비극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들 눈에는 한없이 평화로운 희극으로만 보여서,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이런 곳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농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어느덧 하루 해가 저물고 있었고, 이곳에서 맞이하는 둘만의 소소한 첫 저녁과 내일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레위니옹에서의 첫날. 최고의 바닐라를 찾아간 버번 바닐라 농장 투어 끝.

 

바닐라 소금

 

<레위니옹 여행기>

인도양의 보물섬, 파라다이스 <레위니옹 여행기>

인도양의 보물섬 레위니옹 여행기 (1) - 최고의 바닐라를 찾아서 (a.k.a 부르봉 바닐라 Bourbon)

인도양의 보물섬 레위니옹 여행기 (2) - 베일에 싸인 마을 살라지(Salazie) 협곡, 베일 폭포

인도양의 보물섬 레위니옹 여행기 (3) - 용암의 성당 그리고 안시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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