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처갓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된지도 4개월에 접어들었네요. 모처럼의 휴가로 아내의 조부모님을 뵙고 온 뒤로 처가에서 남은 바캉스를 보내게 되었는데, 휴식기와 함께 프리덤을 느낄 새도 없이 오늘도 열일 중인 장인을 따라 더욱 바쁜 나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포스팅도 계속 늦어지네요..ㅎ 뭘 쓰면 잘 써질까 하다가.. 그동안 하고 지낸 일들을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시골 일상, 부제 : 바캉스를 처가에서 보내면 생기는 일>
장작 수거
지난 포스팅에서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었던, 프로 장작러인 장인의 main job. 트러플 농장에서 장작 수거 해오기. 트러플 농장주의 요청으로 베어냈던 나무들을 다시금 집으로 가져와 쌓아 놓는 일입니다. 한번 할 때 마다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데, 마치 PT라도 받는 느깜이네요. 💪🏻 수레 가득 수거해 온 장작을 뒤뜰 한편에 (반. 드. 시.)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 까지가 1 set인데, 하루에 1 set씩 매일 진행 중입니다.
장작 쌓아 놓는 곳마다 키보다 높이 쌓인 장작들로 빼곡한데도, 아직 수거 해올 장작이 많습니다ㅠ 내일 아침도 예약이네요... 트랙터와 수레를 점검하는 장인의 표정에서 결연함이 느껴집니다. 오늘 장작을 수레에 실으면서 남아 있는 것들을 세어보니 앞으로 최소 14번은 더 날라야 마무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트러플은 구경도 못했는데, 농장은 왤케 넓은지ㅠ
자전거 타고 트러플 농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찍은 영상입니다. [흔들림], [거친 호흡] 주의
- 출근 길
- 퇴근 길
꿀 채집 하기
지난번 '꿀벌 대소동'으로 추가된 새집은 제외하고, 기존에 계속 생산 중이던 다른 꿀벌집들에는 꿀이 가득 한지, 옆을 지날 때마다 꿀 냄새가 엄청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애지중지 보살펴 왔던 꿀을 채집할 타이밍 왔네요. 봄부터 부지런히도 꿀을 모아 온 꿀벌들에게 감사할 시간입니다 ^^
이렇게 가져온 벌집의 표면을 칼로 살짝 걷어낸 뒤, 틀을 꿀 분리기에 넣고 고정시킵니다. 손잡이를 잡고 뱅글뱅글 돌려주면 벌집틀에 빼곡히 차있던 꿀들은 원심력에 의해 통속의 안쪽 벽면으로 날아가며 통 안에 고스란히 모이게 됩니다. 잘라낸 벌집을 먹어도 봤는데 뭔가 달달하면서도 질겨서 나중에는 수수깡(?) 씹는 그런 느낌이네요.
그렇게 통송에 꿀을 가득 모아둔 뒤, 하루 정도 이물질이 분리되는 시간을 가지는데, 다음날 와서 보니 부유물들이 꿀 위로 떠올라있네요. 그럼 이제 마개를 열어 꿀을 유리병에 옮깁니다.
이 모든 광경이 신기한 두두. 그 새를 못 참고 들어온 손 ㅋㅋㅋㅋㅋ 한번 맛을 본 후, 또 손을 불쑥 내민 덕분에 잠시 창고 바닥이 꿀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습니다.ㅠ
이렇게 해서 이번에 수확된 꿀이 14kg 정도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거의 수확을 못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꽤 많은 꿀을 얻어 장인의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ㅎ 이렇게 수확한 꿀은 요즘 매일 아침, 그리고 간식용으로 바게트와 함께 식탁에 올라오는 중이네요. 열 일 한 꿀벌님들께 압도적 감사!!
안테나 설치
케이블 티비를 보는게 이렇게 어러울 줄이야... 올때 마다 한번도 제대로 나온 적이 없던 티비 때문에 오늘도 티비 마니아인 장모의 불만이 하늘을 찌릅니다. 별수 있나요 수리해야죠 ㅋㅋㅋㅋ 멍텅구리 안테나를 손보기 위해 기술자를 따라 안테나를 설치하러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아 물론 그 기술자는 장인입니다. 도대체 이 분 정체가 무엇?!ㅋ
이틀째 손을 보고 있는데, 여전히 티비는 안 나오네요 ㅎ 전화기도 있고 손가락도 있는데 왜 전문가를 안 부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시골에서는 다 이렇게 하나 봅니다...^^;;
잔디 깎기, 정원 관리
꽤 오랜 시간 저의 로망인 전원주택 생활. 요즘은 점점 전원주택에 살면 해야 되는 일들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잔디 깎기와 정원 관리입니다. 이놈의 풀들은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한 달에 한두 번은 깎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은 렌탈용 하우스에 바캉스 온 손님들이 도착하기로 한 날이라, 주위 조경까지 전부 재정비를 했네요. 조경사이자 잔디 관리자인 장인을 도와 오늘은 가위손으로 빙의하여 삐져나온 가지들을 쳐냈습니다.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두두가 일손을 도와준 덕분에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기특하네요 ^^
중간에 전동가위에 연결된 전기선을 컷팅하는 참사를 저질렀으나, 조경사님이 오셔서 친절하게 전기선을 self repair(?) 해주셨습니다 ㅋㅋㅋㅋ 꼼짝없이 일을 다 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오늘도 하루가 갔네요^^ 미션 클리어!
돌담 만들기
트러플 농장에는 주먹만 한 돌멩이부터 해서 머리통만 한 돌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닙니다. 농장이 땅 갈이를 할 때면 이런 돌들을 잘게 부수는 장비를 가지고 분쇄하면서 땅을 갈아엎기 때문에, 어차피 놔두면 부서질 돌인데, 장인의 눈에는 그것은 돌담을 만들 때 쓰는 재료였나 봅니다. 널찍한 모양의 돌이 보이면 장작이랑 같이 수레에 싣고 왔었는데, 그렇게 조금씩 가져온 돌들을 쌓고 군데군데 공백을 시멘트로 메우니 꽤 그럴싸 한 돌담으로 변신하게 되네요.
마무리 빗질까지 스윽스윽~ 해주고 나면, 꽤 정돈이 되는 모습입니다. ㅎㅎ
100년 된 농기구 조립하기
언젠가 한번 장인이 뒤뜰로 와보라고 해서, 가보니 왠 시뻘겋게 녹슨 고철 덩어리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보고 있는 장모를 뒤로 하고 장인에 다가가서 이게 뭐냐고 물으니, 100년 전에 쓰던 농기구라며 해맑게 웃습니다...'농사도 안 짓는데 이걸 왜.... 하아.......' 이 날 밤 9시까지 조립했던 이 녀석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립된 상태로 녹슬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때의 시간이 잊혀져 갈무렵, 장인이 수레와 차에 또 뭘 가득 싣고 옵니다...직감적으로 일거리가 생겼음을 감지하고는 차로 갑니다. 잔뜩 녹슨 물건들이 수레와 차 트렁크 안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ㅋㅋㅋ 왜?! 또?!?! 왜?!?!?!
이번에는 샤우팅 하고 있는 장모에 얹어서, 저것도 저러고 있는데 이건 또 왜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그저 해맑은 웃음을 선보이며, 빨리 내리잡니다ㅠㅠ 그럼요 가야죠~ 가즈아아아~~ 악ㅠㅠㅠ 진짜 화가 날 정도로 무거웠던 이 녀석들을 나무로 받치고, 이리 틀고 저리 틀고 기름도 치고, 잘못 조립했다가 다시 분리했다가 끼우면서 이틀만에 간신히 조립을 마쳤습니다. (아.. 이때 생각만 해도 아찔.,,.)
조립을 다 해놓고 보니 그럴싸 해보이긴 한데,, 그럼 뭐합니깤ㅋㅋ 이 고물들은 여지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물론 사용할 곳은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 정설..) 뒤뜰 한편에 자리하고 있네요.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납니다. ㅎㅎ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박물관장이 되려는 빅픽쳐일지도.....
두두랑 놀기
하루 온종일 집 안팎을 돌아다니면서 오만가지 잡다한 것들을 다 손으로 만지고 갖고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비글과 노는 시간. 이 조꼬만 녀석 어디에 이 모든 에너지가 축척되어 있는지.. LG화학 배터리 공장에 데려가 연구를 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 팔 튜브를 끼고 혼자 물에서 놀기 시작했는데, 둥둥 떠있는 수준에 가깝지만 그래도 제법 발차기를 합니다.ㅎㅎ 체력 방전을 시키기 위해 도입했으나, 한사코 거부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혼자 물에 떠있으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ㅋㅋㅋㅋ '그래~ 첨벙첨벙하면서 많이 많이 놀아~ ㅋㅋㅋ '
요즘은 17~18시 사이에 거의 매일 같이 수영장에 데려갑니다. 덥기도 하거니와, 역시 체력 소모에는 물놀이가 진리인지라 ^^ 수영하는 것이 재밌는지 자기가 먼저 "피신(수영장) 피신~ " 거리며 수영장에 가자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피신(Piscine)'의 한국말을 안 가르쳐줬네요;;; 내일부터 알려줘야겠습니다. 오늘도 수영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얼마 안돼 눈 비비고 자러 가는 걸 보니 무척 잘 놀았나 봅니다 ㅎㅎ 미션성공.
내일부터는 아내의 막내 동생과 여자친구(?) 그리고 삼촌 부부까지 바캉스로 여기서 묵는다고 하니,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ㅋㅋㅋ 지금까지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프랑스 시골의 소소한(?) 일상이었습니다. 바캉스를 처가에서 보내면 벌어지는 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