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프랑스에서 하는 육아 21개월 성장 일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요 몇 달이었다. 그래서 블로그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시간이 흘러버렸다. 2020년 12월. 쓰다만 두두의 21개월 성장 일지를 다시 꺼내야 하는 어색함이 있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정리를 해본다.

 

 

크레쉬(어린이집) 안갈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다시 크레쉬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밥도 잘 먹고, 잘 지내준다. 교실 앞에서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나면, "à ce soir~(저녁에 봐~)' 하고 손을 흔들며 자신의 애착 인형과 함께 뚜벅뚜벅 먼저 놀이방으로 입장한다. 울고불고 난리 나던 적응기를 떠올려보면 그새 또 많이 큰 것 같아 대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문제였던 낮잠도 크레쉬에서는 의외로 쉽게 적응이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종일 놀던 첫 날. 아예 잠들지 않았다고 두두를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이 알려줬다. 예상했던 바다. 결국 집으로 오는 길 킥보드 위에서 졸기 시작하는 두두를 안아서 집으로 왔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집에 와서도 두 시간을 더 자다 일어났다..

둘째 날. 잠시 졸았다가 깬모양이다. 10분 정도 눈 붙였다가 깨서는 조금 울었다고 했다. 피곤했겠지 ㅠ 

그러다 셋째 날부터는 30분, 그 다음 날은 한 시간 , 그다음 날도 한 시간씩 낮잠을 잤다고 했다. 👏🏻👏🏻👏🏻

친구들과 같이 놀고, 먹고, 잠드는 일상이 조금씩 적응이 되는 듯 보였는데, 그럼에도 맨날 물어보면 크레쉬(어린이집) 가기 싫단다. 왜 가기 싫냐고 물으니,, 애들이 착하지가 않다나;;; 🤦🏻‍♂️ 

 

낮잠 문제로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 크레쉬와 집에서는 잘 자는 걸로 봐서는 문제는 어디에 있었는지 더욱 명확해졌다.

@#$(&%!@#18년. 

 

늘어나는 똥고집과 비글력

고집이 매우매우매우매우x999999 세지고 있다. 생떼 부리고, 부수고, 집구석구석 손이 닿는 곳은 하나같이 엉망이 된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불끈 쥐어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지인이 해준 얘기를 떠올린다.. '한 대 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 새끼가 맞다고..'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땐 잘 몰랐었다.. 근데 요즘 따라 절실히 느낀다. '아.. 너는 내 새끼가 맞는구나.... ' 

 

 

이 모든 엉망진창인 모습들과 땡깡(?)부리는 영상은 나중에 성교육 때 쓰려고 차곡차곡 모아두기로 했다. 피임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이보다 좋은 예가 또 있으랴 ㅋ

 

아빠는 놀이 동산

다리를 타고 슝~ 하고 내려가는 미끄럼틀 놀이, 아빠의 복근 강화를 위한 콩콩 아빠 배 점프대, 흔들흔들 돛단배도 되었다가, 비행기로 변신하기도 한다. 내 몸 구석구석 야무지게 밟고 점프하고 실컷 갖고 놀고 나면 장르가 바뀐다. 이번에는 동물 농장.

음메~ 음메~ 소가 되기도 하고 이히히히힝~ 말이 되기도 한다. 주말이 더 피곤하다.. 덕분인지 요새는 육퇴와 동시에 나도 잠든다..  '고마워 아들 아빠 숙면시켜줘서 ㅎ'

 

 

새로운 친구 가스파

이번에도 지인께서 다 큰 아들내미 이제 안 쓴다고 아들이 두두 만할 때 갖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과 인형을 소쿠리째로 보내주셨다. (압도적 감사 ㅠ.ㅠ) 그중에 두두에게 눈길은 끈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당나귀 인형.

 

 

때마침 보고 있던 책 'Poppi et Sam(포피와 샘)'이라는 동화책에 당나귀가 나오는데, 같은 모습을 한 인형을 보자마자 가스파! 하고 이름을 불렀다. 이제 둘은 어딜 가든 같이 가는데, 크레쉬도 같이 가고 공원을 가도, 마트를 가도 책을 볼 때도 집에서 항상 같이 다닌다. 요즘은 애착 인형 토끼보다 가스파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산타할아버지 (Papa de Nöel)

산타할아버지를 만났다. 동네 성당 앞에 얼마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위한 트리 장식과 함께 루돌프 마차에 선물을 가득 싣고 온 산타 할아버지가 자리했다. 그렇게 두두는 2020년 12월 파리에서 산타할아버지를 만났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산타는 앙골라에서 만난 아프리카 산타였다. 프랑스인 엄마, 한국인 아빠, 앙골라인 산타 ㅎ 지금 생각해도 참 보기 드문 광경이었던 것 같다.

 

 

처가에서 함께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란 얘기를 솔로였던 시절엔 무슨 유행어처럼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선 정말로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우리도 시골인 처가로 이동했다. 

오는 길이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시골 풀 냄새를 맡으니 두두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타타(이모)도 있고, 통통(삼촌)도 와있다. 

 

 

늘 그랬듯 마당에서 실컷 흙놀이하고, 할아버지 공구들을 여기저기 흩어 놓으며, 온 집 안팎을 휘젓고 다닌다. 12월이었지만, 한국과는 달리 많이 춥지 않았다. 기온도 거의 영상 5~10도를 유지하고 있어 놀기에도 괜찮았다.

물론 여기서도 비글 짓은 계속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장난감, 자동차, 공구, 트랙터, 잔디 깎기 기계, 책 하나하나 다 살피고 만지고 하는 모습이 마치,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자기 물건들이 그동안 잘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얼른 우리의 진짜 집으로 이사해서, 모든 두두의 장난감과 책, 물건들이 늘 그 공간 그 자리에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기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모두 보내고, 파리에는 조금 늦게 올라가기로 했다. 텀이 너무 길면 크레쉬(어린이집)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두두가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더 안정적이었고, 두두도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 생각되었다. 

 

<지난 성장 일기>

프랑스 육아 - 20개월 성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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