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우리가 있는 곳은 프랑스에서도 시골입니다. 툴루즈라는 도시로부터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산골 마을인데요. 날씨가 추워지면 장인은 장작을 잘라서 배달하는 일을 합니다.

 

요즘 시기에 왠 나무 장작인가 싶지만, 프랑스는 오래된 집도 많고 시골의 경우 대부분의 집들은 난로로 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작을 패서, 배달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그때를 대비해서 장인은 거의 매일 산에서 나무를 해와 마당 한편에 쌓아둡니다. 그러다 주문이 들어오면 컷팅기로 잘라서, 주문된 수량만큼 배달합니다.

 

 

평소에는 혼자서 다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매일 조금씩 준비해 둔 것이 어느새 마당 한편을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빼곡합니다. 나는 처가에 올 때마다 일을 돕습니다. 단순한 일이라 둘이서 하면 능률도 그에 비례하고, 개인적으로는 장작을 나르면서 땀 흘린 뒤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컷팅된 장작을 수레 안에 차곡차곡 쌓음과 동시에 너무 두꺼운 장작은 도끼질로 반으로 쪼개는 단순한 일입니다. 처음엔 내 발등이 찍힐 까 제대로 패지도 못했었는데, 요즘은 열에 아홉은 한 번에 장작이 반으로 쪼개져 나가는 걸 보니 이것도 스킬이 느나 봅니다.

 

일이 시작되고 저는 수레 위에서 장작을 쌓기도 하고, 또 내려와서 장작을 패기도 했습니다. 수레 안이 장작으로 거의 채워졌을 무렵엔 입고 있던 옷도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 집안에 들러 커피 한잔 합니다. 새참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진한 에스프레소와 달달한 것이 들어가니, 다시 힘이 솟는 것 같습니다. 꿀 같던 휴식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하던 일을 끝내러 장작 더미가 있는 곳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장작 값에 대한 수량은 수레의 가로 x 세로 x 쌓인 장작의 높이로 계산하기 때문에 금액에 맞는 높이로 쌓아야 합니다. 오늘은 80cm인데 늘 그렇듯 조금 더 쌓아 줍니다. 아침부터 시작한 장작 준비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장작이 떨어지지 않게 벨트로 고정시키고, 수레를 트랙터에서 분리해 출발 준비까지 시켜놓고 나서야 일은 끝이 났는데, 일을 빨리 끝낸 장인의 표정이 해맑습니다. 역시 땀 흘리고 마시는 맥주는 참 맛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만 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가 있는데, 그건 다음에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오늘 일이 이렇게 끝난 줄 알지만, 그건 순전히 제 희망사항 일 뿐입니다. 이곳은 언제나 할 일로 넘쳐나고, 워커 홀릭 장인은 하루 종일 할 일을 제가 도와서 반나절만에 끝내면, 남은 반나절을 똑같이 해서 결과치를 200%로 만들어 놓아야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장인은 우리가 오는 걸 좋아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올 때 맞춰서 일을 준비해 놓기도 합니다ㅎ 오늘은 장작 패다가 하루가 다 가네요. 오늘은 장작 패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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