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송로버섯으로도 알려져 있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 오늘은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에서 직접 트러플 채집 했던 날에 대한 일기다.
앞서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이곳은, 프랑스 남부의 랄방크(Lalbenque)라는 작디 작은 동네다. 현지인들에게도 생소 할 정도로 촌구석에 박혀 있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 트러플 때문에 꽤 알려졌다고 한다.
A20 고속도로를 달리다 동네가 다와가면, 트러플에 코를 대고 있는 돼지가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 할 정도로 이곳은 트러플 주요 생산지라 하겠다.
트러플 농가는 아니지만, 소박한 정원에 트러플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매년 겨울 쏠쏠하게 트러플 채집하는 재미가 있었던 집 주인(a.k.a. 장인어른)은 최근 몇 년간 트러플 구경은 커녕 냄새도 못 맡아봐서 속상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올 겨울 만큼은, 앞마당의 트러플이 씨가 마른 것인지 아님 본인이 노안이 와서 못 찾는 것인지 가리고자 트러플 농장을 운영 중인 지인에게 부탁게 되면서,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친히 이곳을 친히 방문해 주셨다.
소박한 정원에 요원을 풀어놓자마자, 본인의 미션을 아는 것인지 땅에 코를 대고 연신 킁킁거리며 이러지리 바쁘게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요원이 팔랑 거리는 나비에 한눈팔거나, 우리한테 와서 드러누울 때마다 지인은 가져온 트러플 냄새를 맡게 한 뒤 다시 전장으로 돌려보내는 엄격함을 보였다.
호기롭게 등장한 요원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만 30여분째,, 뭔가 생각대로 안되는 모양인지 요원을 어르고 달래는 지인의 모습에서 초조함마저 느껴졌다.
물도 마시고, 트러플 냄새로 다시 한번 각성(?)하기를 여러 차례,,
얼마 지나지 않아 베테랑 요원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을 보인다. 가장 먼저 알아챈 지인이 한걸음에 달려가 요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지인의 손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앙증맞은 호미가 은밀하고 신속하게 자리에 위치하고,
포인트를 확인한 지인은 요원을 밀어내고, 거침없이 또한 부드럽게 땅을 파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 퍼올려지는 흙에서 트러플 특유의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손으로 조심스러게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 신선한 리얼 트러플.
역시 개코는 명불허전 개코인 것이다. 다시 한번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후로 시간도 늦고 해서 다른 트러플은 더 찾아보진 못했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해도 요원과 지인의 자존심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요원이 없는 장인은 햇살이 비추는 날만 되면 맨눈으로 트러플을 찾아다녔는데, 그렇다고 땅속에 있는 트러플이 눈에 보일리는 만무하고, 어떻게 하나 했더니 파리가 앉는 곳을 주시했다가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트러플의 꼬릿(?)한 냄새에 그곳 주변으로 파리가 모여드는데, 그걸 보고 트러플이 있다고 판단하고 두더지 마냥 땅을 후벼팠다가 덮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파리 찾기는 쉬운가하면, 그것도 그렇지가 않다. 땅바닥에서 날아오르는 파리를 잘 보려면 햇살을 마주한 방향으로 쪼그려 앉아서 유심히 땅을 보고 있어야 되는데, 막상 해보면 흡사 매직아이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의 트러플 채집 작전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오랜만에 트러플을 채집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 더 있을 가능성도 확인했으니, 썩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리지 않았나 자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