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아프리카에 펭귄이 서식하고 있다는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에 가는 날 입니다. 볼더스 비치는 케이프반도 동쪽 사이먼스 타운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이먼스 타운 또한 아름다운 바다와 마을 풍경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마을이 정말 이뻤습니다. 사이먼스 타운은 희망봉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케이프타운을 찾는 사람은 꼭 한번은 지날 수 밖에 없는 곳이라, 거리는 늘 방문객들로 붐볐습니다.
볼더스 펭귄
볼더스 비치에 서식 하는 펭귄들은 자카스 펭귄 또는 아프리카 펭귄으로 불립니다. 남극에 사는 황제 펭귄에 비해 체구가 작고, '자카스'라는 이름 처럼 당나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유일한 펭귄인 자카스 펭귄은 100년 전만 하더라도, 케이프반도 서쪽에 200백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었으나, 고기를 탐낸 사람들의 무차별 사냥과 포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으며, 1982년 이곳 볼더스 비치에 2쌍이 정착한 이래, 현재 3000마리 정도 살고 있고 그 개체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아침에 일찍 출발 하길 잘했습니다. 9시쯤 도착 했는데 해변 바로 앞 주차장은 이미 자리가 차기 시작하네요. 주차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차하고, 펭귄 서식지로 향했는데 그곳 입구에도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먼저와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람로를 따라 해변으로 다가가니, 풀숲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펭귄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햇살은 따사롭지만, 바다 바람은 부는 그런 날씨였는데, 잠에서 막 깬듯 꾸벅꾸벅 거리면서 햇빛을 쬐고 있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관람로의 끝에 다다르자 펭귄 무리들이 단체로 쉬고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볼 수 있도록 관람로가 연결 되어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펭귄들이 관람석 주위로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몰려있습니다. 무리들이 다 나오게 되면 이 백사장이 꽉 찰 정도가 된다는데 아직은 그러기에는 이른 시간인가 봅니다.
백사장에 반사된 빛이 너무 눈이 부셔서 두두도 선글라스를 씌웠는데, 안벗겨내고 잘 쓰고 있어 줍니다 ㅋㅋ 앞에서 무리로 있는 펭귄들이 신기해서 인지,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두두는 펭귄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ㅎㅎ
양쪽 관람구역에서 관람을 마치고 메인 출구로 나가는 길, 계단 안쪽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펭귄을 발견한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그리 넓지 않은 통로라 지나는 사람마다 두두 덕분에 계단안을 한번 더 쳐다보고는 펭귄을 보며 웃습니다. 저는 그러다 얘네가 부리로 쪼으진 않을까 걱정이되서 계단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기어코 다시 계단에 올라 다시 펭귄을 마주 보고 있네요.
우리는 출구로 나오기전 기념품 샵에 들렀습니다. 두두는 아기 펭귄을 하나 잡고 놓지를 않습니다. 아마도 진짜인줄 아나 봅니다. 🤣 🤣 가격이 ㅎㄷㄷ 했기때문에 다른 건 다 포기하고 두두 잡고있는 펭귄 인형만 하나 사서 나오는데, 우리가 들어갈때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는 에스프레소를 파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알로에 전문샵(?), 기념품 샵 등이 있었는데, 알로에 가게서 두두용 선물용 두 개를 샀는데 써보니 너무 좋아서 선물용도 뜯어서 써버렸어요 ㅋㅋ 더 많이 살 껄 후회했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기념품샵에는 여러 종류의 상품들이 있었지만, 두두가 들고 있는 아기 펭귄은 볼더스 안의 샵보다 비싸게 팔고 있네요. 주차장으로 가는 길 현지 어린이들이 복장을 맞춰 입고, 노래와 춤을 추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실컷 구경하고 우리는 얼마를 통에 넣어주고는 바로 앞의 해변가로 내려가보았습니다. 바다가 너무 이뻐보여서 그냥 지나칠수가 없더라구요;;ㅎ
모래위에 내려 놓으니 혼자 꼼지락 거리면서 모래를 쥐었다 폈다 잘 갖고 놉니다 ㅎㅎ 더워지기도 해서 발이라도 담그려고 뭍으로 데려갔는데, 엄빠를 닮아 물을 너무도 좋아하는 두두는 바닷물에 발이 닿자마자 첨벙첨벙 하더니, 파도가 밀려가면 따라 들어가겠다고 발버둥을 칩니다(걷지도 못하면서 ㅋㅋㅋㅋ) 마음같아서는 같이 물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직 일정이 남았으므로 참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구에게 추천 받았던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사이먼 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니 그 작은 마을이 차와 사람으로 꽉 차버려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도로를 앞에 두고 따닥따닥 붙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레스토랑의 음식은 깔끔했고, 종업원들도 친절했습니다.
배부름 뒤 찾아오는 나른함에 두두는 이미 졸기 시작하네요. 두두를 안은채 바닷가를 따라 걷는데 화창한 날씨 덕분에 경치가 정말 좋았습니다. 바닷가 쪽 도보 곳곳에는 이곳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물과 안내표지가 있어 이곳을 이해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리쬐는 햇살과 파란 하늘,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위의 하얀 요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마저 평온해 집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오늘은 들러야 할 곳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귀여운 아프리카 펭귄들과 아름다운 작은 마을을 뒤로 하고 아쉽지만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향해 차에 올랐습니다. 피곤했는지 두두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네요 ^^ 도착할 때까지 부디 깨지 않기를 빌며 차시동을 걸고 희망봉을 향해 출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