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멜버른에서 우리는 뉴질랜드로 이동했다. 북섬의 오클랜드에서 출발해 남섬의 퀸스타운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키위 익스페리언스' 투어를 신청했다. 

"Kiwi Experience"

키위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동물중 하나인데, 거기서 이름을 딴 키위버스. 뉴질랜드에서는 모든 여정을 Kiwi experience 버스 투어를 이용했는데, 코스가 다양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전체 기간 내에서는 원하는 곳에 얼마를 묵던 자유였다. 그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이 시스템을 Hop-on Hop-off 라고 했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 투어를 이용해 여행하고 있었고, 여러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패키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자유 분방한 투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는 차량 렌트를 하는 것 아니면, 대부분 이런 버스 투어를 이용하는 것 같았고,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었다. 

구글에 '키위버스'라고만 검색해도 홈페이지가 바로 나올정도로 배패커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투어 기간과 코스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측정되어있다.


우리의 뉴질랜드 여행을 책임질 이 친구의 이름은 Diesel. 한겨울에도 반바지와 반팔에 비니만 쓰고 다니는 상남자 현지 Driver이자 가이드. 엄청 추우면 가끔 져지자켓 같은 걸 입기도 했지만, 거의 투어 하는 내내 저차림이었다. 버스 안에는 영국 애들이 많았는데, 다른 유럽에서 온 애들도 나이가 보통 19-20살이었다. 얘네는 참 이런 걸 빨리 하는구나 싶었다. 반갑게도 한국 여자 아이가 버스에 올랐다. 우린 보자마자 서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음과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토종 한국인 셋은 그 후로도 계속 붙어 다녔다.

Kiwi bus driver Diesel

오클랜드에서 출발해 얼마나 달렸을까? 절벽 사이의 다리를 건너고 아슬아슬한 고개를 큰 버스로 이리저리 넘어, 마침내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인 Hot water beach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1박을 할 예정이어서,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숙소를 배정받았다. 보통은 본인이 가고 싶은 백패커 숙소에 가면 되는데(물론 비용은 개인적으로 내야 함) 이곳은 시골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beach를 향해 앞으로 돌진하는데 Diesel이 입구에서 삽자루를 나눠주고 있었다., '뭐지? 금이라도 나오나..' 했는데.. 실은 말 그대로 온천수가 나오는 해수욕장이었다. 모래사장에 들어서자 큰 웅덩이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애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진짜 뜨거운 물이 웅덩이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HOT WATER BEACH"

핫워터 비치는 머큐리베이 바로 남쪽에 있는 뉴질랜드 코로만 델 반도의 동해안에 있는 해변으로 지하수 온천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발만 담그고 있어도 몸이 스르륵 녹고,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는데, 우린 코리안 핫스팟(?)을 찾겠노라 여기저기 삽질을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무리에 어울려 놀았다. 따뜻한 물웅덩이에 가만히 앉아 반신욕을 하고 있자니, 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바로 앞에서 찰랑거리던 파도는 가끔 웅덩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해서, 그때마다 애들은 소리를 질렀고, 모래로 담을 쌓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웅덩이에서 놀다 보니 슬슬 지루했다.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은 모래사장에 서로의 발자국을 남기며 B급 갬성 샷을 찍으며 놀았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중에는 해변에 우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가로 나왔을 때는 해가 저물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길도 잃어버렸다. 누군가 만나면 물어볼 생각으로 걸었지만 1시간 동안 우리가 만난 건 양,, 소,, 젖소,, 양,, 소,, 젖소,, 뿐이었다. 뉴질랜드는 정말 양이랑 소가 많다.

다행히 가까스로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아서 해가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하머 터면 진짜 난감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던 터라 우리는 숙소 입구에 도착해서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의 쉬었다. Diesel과 다른 애들도 우릴 보더니 어디 있었냐고 다들 찾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Diesel은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이었는데, 무사히 돌아서 다행이라며, 노는 것도 좋지만 다음부턴 무리에서 떨어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우린 걱정시켜 미안하다고 친구들과 Diesel에게 사과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어울려 시시콜콜한 농담을 들어주었다.

숙소에서 준비해주는 저녁과 맥주 한잔에 이전의 긴장감이 다 풀어지면서 잠이 슬슬 몰려왔고 이날은 꿀잠을 잤다. 여행 전부터 코골이를 조금 했는데, 피곤한날은 그게 더 심해졌다. 민폐를 극도로 싫어하는데, 다음날 아침 동생이 '햄 어제 밤에 좀 대박이었음..' 이라는 얘기를 매일 들어야했고, 앞으로도 계속 미안해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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