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우리 세가족은 남아공을 갔습니다. 앙골라에서 남아공까지는 그리 멀지 않기도 했고, 동료들이 적극 추천해 줘서 가보고 싶었거든요. 남아공 여행에 대해 Lonely planet과 각종 여행 정보 사이트를 통해 알아 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만, 2월의 긴 휴가를 위해 이번 여행은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정으로 케이프 타운에서만 머물기로 했습니다.
케이프타운 국제공항에 공항에 도착 하자, 남아공의 대표 알콜인 AMARULA의 코끼리가 우리를 환영해 줍니다. 두두는 신기하다는 듯, 코끼리를 계속 쳐다봐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같이 코끼리를 바라봤습니다.
아마룰라(AMARULA)
아마룰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80년대부터 생산되고 있는 대표 크림 술입니다. 코끼리가 취하기 위해 먹는 다는 열매 Marula 나무의 열매와 크림으로 만들어져, 옅은 갈색에 과일향과 카라멜 향이 나며 달달합니다. "Bailey Irish cream"의 남아공 버전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공항에서 나왔는데, 12월의 케이프타운은 생각보다 쌀쌀했습니다. 아프리카는 1년 내내 덥기만 할줄 알았는데, 여긴 우리 나라의 가을 날씨 같았습니다. 공항에서 나와 렌트한 차를 찾으로 렌탈샵으로 향했습니다. Rentalcar.com을 통해 Hertz에서 제공하는 FORD ECO SPORTS를 계약했는데,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Hertz 이용시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어마어마한 양x치인데, 아주 나쁜 경험을 해서 저희 인생에 앞으로 Hertz는 이용하는 일은 없을 예정입니다.
차를 인계 받았는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오른쪽 운전석은 처음이라 중앙선이 내 오른쪽에 있다는 것과, 고속도로에서 빠질 때 왼쪽으로 나가야하는 것들이 적응이 안되서 굉장히 천천히 달렸습니다.ㅠ 비까지 오고, 거기다 Sygic라는 오프라인 네비게이션 어플은 순 엉터리라 길도 헤매어주었습니다. ㅎㅎ
우여 곡절 끝에 케이프 타운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창밖으로 그 유명한 테이블 마운틴(Table Moutain)이 보입니다. 도착하니 비가 그치는 아이러니함. 어쨋든 신고식 야무지게 하고 우리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남아공 대표마트 PICKnPAY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음식과 여기서 지내면서 먹을 것들을 함께 사고 나오는데, 문 닫기 직전의 디저트가게를 발견하고는 얼른 가서 남은 조각 케익을 Get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다음날 먹을 칠면조를 준비하는 동안, 아내가 두두를 재우고 나옵니다. 우린 마트에서 산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자축했습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보캅(Bo-kaap)
다음날 아침, 두두는 선물에 둘러싸였습니다. 이 날을 위해, 프랑스에서 앙골라를 거쳐 남아공까지 가져온 선물을 드디어 오픈 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 신기한지 이리 저리 만져봅니다. 저도 아내에게 아내도 저에게 각자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어메이징한 선물을 준비해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 이 선물은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머라이어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가 흘러나오고, 우리 셋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져온 푸아그라와 어제 저녁 준비한 칠면조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요거트와 디저트까지 먹고 났더니, 여느 때의 크리스마스 못지 않았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이곳 케이프 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곳중 하나인 보캅(Bo-kaap)으로 향했습니다. 모든 집들이 알록달록하게 페인트 칠 되어 있는 이곳은 화보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케이프타운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 받는 곳 중 한 곳 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금 무거운 역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노예들이 사는 곳이었는데, 노예가 오면 이곳에 묵게 하고 집을 흰색으로 칠해 노예가 살고 있음을 알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노예 제도가 폐지 되고 마을에 남은 사람들이 흰색이 싫어 다른 색으로 칠하기 시작 한 것이 지금의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햇살이 비출 때는 알록달록한 집들은 더 이쁘게 보였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졌습니다. 배경이 일을 다 해주니 집앞에 서서 찍기만 해도 정말로 화보가 되는 곳. 세계적인 모델들이 왜 이곳으로 촬영을 오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두두도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신기한지, 따닥따닥 붙어 있는 집들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날씨도 흐린데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여서 그런지 메인 거리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골목은 더 한산했습니다. 가끔씩 단체 여행객들이 훅 지나가버리고 나면, 집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만 벽에 기대고 있을 뿐,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아공에서 인적이 드문 장소에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유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메인 거리만 조금 걷다가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기로 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바다를 따라 탁 트여있는 공원과 많은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같은 아프리카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케이프 타운은 마치 유럽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함께 온 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해안로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여기저기 앉아서 일몰을 감상하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앙골라에 있으면서 할 수 없던 일상이 이곳에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는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차에 올라 숙소로 돌아왔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두두를 씻기고 먹이고 재운 뒤, 둘만의 오붓한 저녁을 넷플릭스와 함께 했습니다. 이때 한참 La casa de papel에 빠져있었거든요 ㅎ 소소하게 행복하게 하루가 갔습니다.
요약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유럽 같은 느낌. 시설, 도로, 건물, 마트 등 인프라가 잘 되어 있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음
렌탈카 업체 Hertz(케이프 타운 국제공항 사무소)는 나쁜x이고, Sygic 라는 오프라인 네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므로, 반드시 공항에서 나오기 전에 유심을 사는 것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