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아름다운 경치와 9천여종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토종 식물들이 보존 되어 있는 세계 10대 국립 식물원 커스텐보쉬(KirstenBosch)를 갔었습니다. 보타닉 가든(Botanical Garden)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잔디밭에서 자유롭게 피크닉도 가능하고, 유명한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해서, 때마다 매번 표가 매진 될 정도로 인기 있가 많은 곳입니다. 

 

커스텐보쉬(Kirsten Bosch) 국립 식물원 / 보타닉 가든(Botanical Garden)

출처 SANBI

커스텐보쉬의 커스텐(kirsten)은 케이프타운에 살던 어떤 가문의 성이며, 보쉬(Bosch)는 네덜란드어로 숲이라는 뜻입니다. 커스텐보쉬 공원 땅 어디에도 Kirsten과 직접 연관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오래전 이 땅의 주인 중 한 명이 커스텐 가문과 연계되어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해롤드 피어슨이란 사람이 1903년 대학 의장석을 채우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왔는데, 그는 케이프 타운에 자연 정원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테이블 마운틴의 동쪽 슬로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911년 네빌 필란이라는 커스텐 보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열정적이었던 젊은 조경사가 있었는데, 그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피어슨을 커스텐 보쉬로 데려옵니다. 정문에 다다랐을 때 피어슨이 차에서 내리면서 “여기가 바로 내가 찾던 곳이다!” 라며 소리쳤다고 하네요. 

이후, 1913년 5월 커스텐보쉬는 국립 식물원으로 인가가 되고, 정부로부터 매년 1000파운드를 기부받기로 합의 하면서, 계속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0여 헥타르(ha)에 달하는 커스텐보쉬 국립 식물원은 2004년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되어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9천여종의 토종 생물을 번식시키고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준비한 도시락과 음료, 두두 비스킷과 요거트, 과일 등을 아이스박스 가방에 넣고 커스텐보쉬 식물원으로 향했습니다. 화창한 날씨가 소풍 가는 설렘을 더해줍니다. 케이프 타운 중심가에서 20분정도의 거리여서 금방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따사로운 햇살과 맑고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반깁니다.

공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테이블 마운틴은 언제 어떻게 봐도 참 인상적입니다. 마치 쥬라기 공원의 한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챙겨서 출발한 덕분에 10시가 되기 전 입장을 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한 명당 R75(대략 5천원) 정도 입니다.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추가 금액을 내고 셔틀카 투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천천히 우리끼리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콘서트를 보려면 추가로 표를 끊어야 하는데, 위치별로 금액에 차이가 있어 R170 - R435 를 내면 관람이 가능합니다.

입구를  안내책자를 안받고 패스해버려서, 표지판에 있던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 놓긴 했지만, 안내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길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군데군데 식물원을 소개하는 전시품도 있고, 또 포장된 길이 아닌 숲속을 걷기도 했습니다. 올때 운동화를 안챙겨온게 약간 후회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지형이 경사져있었서 이내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합니다. 두두도 더웠는지 볼이 빨개져있는 걸 보고는 우리는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하고 자리를 물색하는데 홈페이지에서 봤던 그 공연장에 도착해있었습니다. 오늘 sunset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침 시간인 지금은 방문객 모두가 들어와서 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나무들 아래 그늘을 하나 정해서 자리를 깔고 누웠습니다.

그늘에만 있어도 땀이 식고 금새 서늘해집니다. 물도 마시고 허기를 채우고 나니 잠이 솔설 와서, 아내랑 번갈아가며 눈을 잠시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하고 있는 두두에게 잔디밭은 자연매트리스가 되주었습니다. 이곳에서 노을을 보며, 콘서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좋았습니다만, 우리는 두두가 조금 더 크면 같이 공연을 보러 오기로 했습니다.

꿀 같던 낮잠으로 급속하게 충전을 하고 나서는 아직 못 둘러본 곳을 향해 출발 해봅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나무 꼭대기 높이로 다리를 만들어 놓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계속해서 나무 아래로만 걷다가, 이렇게 나무 위로 올라오게 되니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물원 자체가 경사지다 보니 그 경사를 이용해서 크게 오르막을 오르지 않고도 나무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야호~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집니다. 산위는 아니지만 나무꼭대기에서 보는 뻥~ 뚫린 시야에 눈도 마음도 시원해졌습니다. 조금씩 흔들려주는 다리가 주는 긴장감은 덤입니다ㅎ 사실 이 다리는 보이는게 다이긴 합니다. 더길었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다리에서 내려와서 걷다보니 우리는 정말로 공룡이 나타날 것만 같은 공원에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 까 군대 군대 공룡들이 있어, 뒤늦게 옆을 보고는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고, 같이 기념 사진도 찍으며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계속 해서 걷다보니, 엄청 큰 나무 그늘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마침 목도 마르고, 출출하기도 해서 우리도 잠시 쉬기로 하고는 그늘 한쪽에 자리 잡고 누워봅니다. 주위에는 낮잠을 자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보드 게임을 하는 사람 등 모두 너무나 편안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케이프 타운에 있으면서는 항상 안전을 염두해 두고 다녀야 했는데, 이곳에 오니 그 어떤 위험도 느껴지지 않아 긴장이 풀리니 머리만 대면 잠이 스르륵 옵니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챙겨온 도시락이랑 아까 쉴 때 먹다 남은 비스킷등을 꺼내 먹었습니다. 어느샌가 우리들 주위로 이름 모들 새들이 와서 주위에 떨어진 비스킷등을 콕콕 집어먹습니다. 한마리가 와서 서성이더니 이내 가족 무리가 우리들 주위를 배회합니다. 이런 장면을 놓칠리가 없는 두두는 기어서라도 잡아보겠다고 무조건 앞으로 돌진을 해대서 그걸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번갈아 잠시 눈을 붙이고 우리는 다시 식물원의 남은 곳을 구경하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백년이 넘어 마치 암석같이 딱딱하게 변한 통나무라던가, 해시계, 이곳에서 확인 된 벌이나 화분들이 군데 군데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식물원에는 아래의 꽃을 곳곳에서 볼수 있는데, '만델라의 금'으로도 불리는 이 꽃의 이름은 크레인 플라워입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호칭을 붙여주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우리는 식물원을 나오기전 기념품 샵에 들렀는데 역시 기념품 샵은 가격으로 우리를 앞도하네요 ㅋㅋ 우리는 보타닉가든에서 생산하는 천연 꿀과 만델라의 금을 포함한 각종 꽃의 씨앗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노을을 보며 샴페인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가 터질 줄을 몰랐는데,, 아마도 조금 많이 미뤄질 것 같네요ㅠ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느 여름 같지 않네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다시 이때 처럼 자유롭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어서 오길 희망해봅니다. 

사진 출처 Champman's peak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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