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지난달, 아내의 조부모님이 계신 곳에서 두두의 천주교 세례(Baptêmp)를 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를 했습니다. 세례는 취소를 했지만, 그간 지역 봉쇄로 왕래를 할 수 없었던 처가 쪽 조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아르덴(Ardenns)'으로 향했습니다.

 

아르덴(Ardennes) 그리고 마지노선(Ligne Maginot)

 

 

아르덴(Ardennes)은 프랑스와 벨기에 그리고 룩셈부르크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삼림 지대를 말합니다. 위치의 특성상 이 곳에서는 과거부터 수많은 세력들의 충돌이 있어왔고, 제2차 세계 대전의 시작과 분수령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전쟁에서 참호의 위력을 톡톡히 맛봤던 프랑스는 독일과 맞닿는 전 국경에 걸쳐 거대한 요새선을 구축해 왔는데, 이를 마지노선(Ligne Maginot)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더이상 양보하기 힘들다던가, 최후의 보루의 의미로 자주 쓰는 마지노선이라는 말의 유래지만, 실제로는 독일군이 이 마지노선의 요새들을 회피하여 진군함으로써, 완전히 무용지물이 돼버려 지상 최대의 삽질(?)로 폄하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역사로 아르덴 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벙커를 볼 수 있고, 그 유명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이지 중대가 참호를 팠던 곳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편도 10시간의 운전 대신, 4시간 반정도 걸리는 "TGV + 마을 기차"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기차 여행은 프랑스에서 우리가 가장 꺼리는 것 중 하나인데, 이유인 즉, 이곳의 기차는 연착은 일상, 운항 취소도 심심치 않게 해 주는 데다,, 비싸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일이 없는 것인지...ㅋ 기차 환승을 1시간여 앞두고, 안내 방송이 1분 간격으로 흘러나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앞으로 지나 가야 할 철로에 트럭이 전복돼있어, 다음 역에 정차하겠다네요 ㅎ 계속해서 다음 정차할 역을 바꾸는가 싶더니,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우리는 파리 역에 갇힌 채 2시간여를 대기해야 했고, 4시간이면 끝났을 기차 여행이 8시간이 되는 매직(Magic)이 일어났습니다.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파리역에서 고립된 채, 우리는 예정에도 없던 점심까지 먹으며, 실내였던 기차 안에서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습니다.

기진맥진한 채로 도착을 하니, 고맙게도 처제와 장모가 차로 마중을 나와있었습니다. 두두에게 실컷 뽀뽀세례를 퍼붓고 난뒤, 짐을 차에 싣고 우리는 앞으로 일주일여를 묵게 될 장모가 어릴 적 살았던 집으로 이동했는데, 이곳은 최근 조부모님 두분 모두 돌아가시게 되면서 장모가 유산으로 받은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휴가 인 줄 알았던 이번 여행은 먼저 도착한 처제와 장인,장모에 의해 휴가겸(?)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어느새 제 손에는 장갑이 끼워져있었습니다. 

 

 

소여물을 먹이던 곳은 새로운 자재들로 가득하고,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공구들과 장인이 가져온 공구들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는 아직 외조부모님께서 생전에 사용하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네요.

 

 

대충 짐을 풀어 놓고, 아내의 친가 쪽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이때가 공휴일이 껴있던 주여서 long weekend를 고향에서 보내려 친가 쪽 식구들도 이곳에 와 있었습니다. 처가 쪽은 친가와 외가가 서로 옆동네 살고 있어, 한번 여길 올 때마다 양쪽 다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와 있던 처숙부님이 보여줄게 있다고 우릴 뒤쪽 창고로 데려갑니다. 가서 보니 사육(?)인 흰 비둘기가 있었는데, 얼마전 태어난 새끼를 손수 꺼내 두두에게 보여줍니다. 두두는 눈이 동그래져서 피죤- 피죤- (비둘기) 하며 노란 새끼들과 흰 비둘기를 번갈아 봅니다 ㅎㅎ 

 

 

창고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 들판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두두에게는 아마도 이곳이 책에서 봐오던 동물 농장일 것입니다 ㅎㅎ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헤에~' 벌리고, 멍하게 동물들을 쳐다보다 이따금씩 바쉬(소) 바쉬- 음메~ 같은 울음 소리를 흉내냅니다. 

 

 

테라스로 돌아와서는 간단하게 아페로(Apero)타임을 가졌습니다.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정정하신 Gerard family의 가장 큰 어른인 두 분은 패밀리에서 가장 막내인 16개월의 두두를 보며 즐거워 하시네요. 두두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랜만에 봐서 부끄러운가 봅니다.

 

 

이 날은 간단하게(?) 아페로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고, 밖은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 머무는 동안 매일 공사를 하고, 또 점심이나 저녁은 친지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4대가 함께하는 마지노선에서의 첫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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