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핑을 스치듯 맛본 뒤, 우리는 케언즈(Cairns)에 왔다. 여기서도 우리는 또 태어나서 처음 하는 액티비티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호주의 서쪽 바다는 거대한 산호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매년 전문 다이버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또 이러한 액티비티를 진행하는 투어 업체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케언즈를 고른 이유는 이곳에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투어를 전담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였다. 다른 도시에서도 이곳으로 향하는 투어가 있긴 했지만, 케언즈라는 곳이 가장 유명했다. 실제로 우리가 백패커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이 투어를 안 해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진출처 : AFAR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꼽히는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왜이렇게 '세상에서 가장..'으로 시작하는 곳이 많은지,, 이쯤 되면 자기들끼리 누가 더 '가장'인지 알아서 정리를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럴 정도로, 이곳 역시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2,300km의 대산호초 지역은 호주의 동북 해안을 거쳐 형성되어 있으며, 산호초 상어, 쥐가오리, 바다거북 등 셀 수 없이 많은 각양각색의 물고기를 포함해 다양한 해양 식물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왈리(Walley)라고 하는 물고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출처 : Reef Magic Cruse

Cairns Reef Magic Cruse 라고 하는 이 투어는 항구에서 먼바다 산호초 지대까지 크루즈로 이동하며, 거기서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그리고 소형 잠수함을 타고 산호지대 탐험 하기 등의 액티비티를 할 수 있었다. 배에 오르자 익숙한 문자의 안내문이 있었다. 뭔가 구글 번역기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 투어를 했다는 뜻이고, 실제로 배에는 우리 형제를 제외하고도 한국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저 멀리 바다 아래로 산호인지 바위인지 모를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흰색 지붕의 비닐하우스 모양의 정박하는 곳이 보였다. 크루즈는 거기에 배를 정박하고 우리는 정박선으로 이동했다. 상당히 규모가 컸는데, 100명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하고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거의 반나절 동안 그 많은 인원에게 슈트 및 스노클링 장비 지급, 스쿠버 다이빙 트레이닝과 시험 (정박선 가운데, 바다로 연결되는 곳이 있는데, 스쿠버 다이빙에 앞서 실제로 물속에서 기본적인 시험을 하게 되고, 여기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스쿠버 다이빙 말고, 산소 헬멧을 쓰고 물속을 걷는 투어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점심 제공까지. 한 명의 낙오 없이 사고 없이 진행하는 걸 보면 유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우리는 지급 받은 슈트와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을 챙겨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자세히 보면 물고기가 굉장히 많다. 얘네도 이 시간이 되면 이 투어에서 밥을 뿌린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맞춰서 그 왈리는 물고기도 등장했다. 가이드는 절대 물고기를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가 이쁘다고 쓰다듬으려 하다가 손톱 같은데 물고기가 긁히거나 반대로 우리가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 내 허벅지 정도 굵기의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가이드가 먹이를 뿌리면, 그 큰 물고기들이 일제히 그 방향으로 달려들어 파닥파닥 거렸다.

부표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 안에서 어디에 있던지 자유였다.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덕분에 물에 뜬 채로 숨쉬며 물속을 계속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고프로를 가져오는구나 싶었다. 이런 멋진 장면을 기록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물속의 산호와 이름 모를 이쁜 물고기들이 너무 신기해서, 혼자 산호지대를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며, 한참을 바닷속을 구경했다. 

이후 우리는 다이빙을 하러 이동했는데, 스쿠버 다이빙은 4인 1조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30분정도 머물렀던 것 같은데, 어떻게 유인했는지 그 타이밍에 왈리랑 거북이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카메라맨이 따라오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왈리는 진짜 크고 색도 신기하고 생긴 것도 신기해서 넋을 넣고 바라보았다. ㅎㅎ 우리는 이후에 사진을 담은 USB를 굉장히 비싸게 주고 구매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ㅠ 혹시 이곳에 갈 일이 있거나 스쿠버 다이빙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고프로를 먼저 준비하시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그 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쉬다가, 잠수함을 타고 산호초 지대 탐방을 떠났다. 10명 남짓 탈 수 있는 조그만 잠수함이었는데, 통로인 가운데 앉아서 양쪽 창문을 통해 다 구경할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왈리와 거북이를 찍겠노라 열심히 눈을 굴렸지만, 끝내 다시 보진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물고기들과 끝없는 산호초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은 산호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며 평온해 보였고, 이름도 모르는 각양각색의 산호초들을 큰 바위 같았다가, 절벽처럼 우뚝 솓아있다가 또 길게 끝도 없이 이어지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닷속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데, 숨만 쉴 수 있다면 물속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이러한 산호지대가 기후 변화로 인해 사막화 되어 간다는 가이드 설명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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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투어를 끝으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투어는 끝이 났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우리는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살 수밖에 없었던 USB에 담긴 사진들을 보고, 비싸지만 기념품이라 생각하자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그래도 USB가 니모 모양을 한 나름 귀여움(?)이 있어서, 기념품이라 생각할만했다. 분명 다음에 다시 온다면, 이 투어 말고 작은 보트로 섬에서 하루 있으면서 마음대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그런 투어를 찾아보겠지만, 처음 이곳을 만나고 알게 된 데 이번 투어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되었다. 항구에 도착하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알찼던 투어는 끝이 났지만,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그리고 미니 잠수함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산호와 거기서 헤엄치며 놀던 물고기들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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