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지음

 

중요한 것은 전문 지식이 아니다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넓고 얕은 지식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전 과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역사는 직선적 시간관에 의해 설명 되며, 이 과정에서 원시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세계사가 쉽게 연결된다. 

역사가 경제로 맞물리는 순간, 현재의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귀결된 과정이 떠오르며, 공산주의에 대한 오해, 진보와 보수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바로 잡히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단순하게 구조화된다.

 

 

지. 대. 넓. 얕 에서 말하는 것

 

지은이 채사장은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나'와 '세계'를 알아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해 '세계'부터 여행하겠다고 한다. 1권에서는 현실 세계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로 세분화해서 알아보고 있다. 2권에서는 현실 너머의 세계인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를 다룬다. 

 

역사

역사를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다섯 단계로 나눈 다음,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로 구분해서 세계사의 줄거리를 보여준다. 이때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은 '생산수단''공급과잉'이다.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를 가진 것이고, 이는 곧 권력의 획득을 의미했다.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 것. 원시 시대는 평등했으나, 고대의 생산 수단은 토지와 영토였고 왕이 이를 소유했다. 중세에는 장원이 생산수단이었고 왕과 영주가 소유했으며,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 생산수단이 되었고 부르주아가 이를 독점했다.

공장과 자본이 바탕이 된 근대에서의 산업화는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 과잉에 있다. 공급량 해소를 위해 수요를 늘려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 새로운 시장 개척 또는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 자본가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적으로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고,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것이 세계 1차 전쟁으로 발전했다.

 

 

1차 대전 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시장은 다시 공급 과잉의 문제와 마주했고, 이는 경제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뉴딜 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고,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는 세계 2차 대전이 되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승전국인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돌입.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고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 침체로 소련이 붕괴하면서 막을 내리고, 이후 자본주의가 독주하게 되면서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 '생산 수단'과 '공급 과잉' 이 두 개념이 세계사를 움직여 왔고, 이는 모두 경제적 개념이다. 결국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은 경제인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파트 경제에서 이어진다.

 

경제

경제 체제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데,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민주) 주의, 공산주의가 그것이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명료하게도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에 의해 구분된다. 

 

 

초기 자본주의는 완전히 시장의 논리를 따르자는 것인데, 이는 경제 대공황을 거치면서 그 문제가 드러났고, 공산주의는 정부에 의한 모든 시장 통제인데 이도 소련이 붕괴하면서 그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화두에 있는 것은 국가를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부터 우리나라의 상황과 매치를 시키는데, 우리나라는 후기 자본주의(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하여금 공산주의와 사회(민주) 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이고, 북한이 바로 떠오르고 하는데, 사실 이것들은 전부 경제 관련된 개념일 뿐, 뭐가 좋고 나쁘고 할 것이 아닌 사항이다.

후기(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데서 개념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수정 자본주의는 분배를 좀 더 지향하고 있고, 신자유주의는 성장을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다.

시장의 자유만 따라가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복지도 줄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이 설명이 되는 부분인데, 이는 자연스레 다음 주제인 정치와 연결이 되면서 설명이 이어진다.

 

정치

정치는 두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하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구분이다. 보수와 진보는 경제 개념과 연계된 이론적 구분 및 한국 사회와 연결된 현실적 구분으로 진행한다.

보수와 진보는 무엇인가? 사실 보수와 진보도 경제 체제의 구분에 따른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여 성장을 중시하는 쪽은 보수, 정부의 개입으로 세금을 높이고 복지를 높여 부의 재분배를 하자는 주의가 진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이 출판할 당시, 2014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보수에 들어가고, 정의당이나 진보당이 진보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현재의 국민의 힘이나 더민주는 보수란 얘기다.

정치는 이래서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언론과 방송이 이를 뒷받침한다. 공정한 보도를 자처하지만 결국엔 미디어라는 것이 자본가의 돈으로 굴러간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중립성은 지켜지기 어렵다. 특히 종편과 SBS는 공익이 아닌 자본가에 의해 탄생한 방송사로 시장의 자유와 성장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을 서포트하게 되고,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미디어를 편성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MB 시절 그렇게 방송국장들을 물갈이되고, 우후죽순 종편 채널이 생겨났던 것이리라.

이러한 언론과 방송에서의 편향된 보도는 그걸 청취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세뇌되도록 프로그램을 편성을 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맞는 편향된 사고와 시각을 갖게 만든다.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구분에서는 정치 결정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공산주의?! 민주주의는 정치적인 개념이고, 공산주의는 경제적인 개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뇌의 무서움을 바로 알 수 있다. 민주주의(우리나라). 공산주의(북한). 반대 개념. 나쁜 것.

정치 결정 방식에 있어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독재주의와 엘리트주의이다. 다수가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고 엘리트주의는 소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을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간접 민주주의 체제이며 민주주의 방식과 엘리트주의 방식의 장단점을 알아본다.

 

사회

지금까지 설명해온 역사, 경제,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개인과 집단의 갈등에 대해 다룬다. 이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설명이 되는데,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할 때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하는 문제로 설명을 이어간다.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든 우선한다는 개인주의와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가 더 우선한다는 사상인 집단주의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따지기 어려운 이념과 신념의 측면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개인주의는 서구에서, 집단주의는 동양에서 지지되어온 측면이 있다.

 

 

이 두 사상이 극단화되면 이기주의와 전체주의가 되는데, 여기서 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둘 모두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이기주의보다는 전체주의 사상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 냉전시대의 공산주의 체제가 그것이고, 무수히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으며 사회를 폭력의 광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비윤리적인 방식일지라도 해야 하는 일로 위안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전체주의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윤리

윤리는 이론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으로 나누어 알아보는데, 이론적 측면에서는 도덕적 판단 기준으로서 의무론과 목적론의 대립을 확인하고, 실천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개념이 사회 정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빈부격차 문제와 연결해서 다룬다.

의무론과 목적론 이 둘을 구분하는 명료한 방법으로 의무론자는 과거의 의무를 지키려 행동하는 사람이고 목적론자는 미래의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자이다. 그래서 과거의 율법, 도리, 윤리, 규범을 지키는 종교인들은 의무론 자이고, 미래의 목적을 위해 행동을 한 안중근 의사는 목적론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가를 설명하는 단락에서 윤리와 사회, 성장과 분배 즉 보수와 진보 정치까지 연결하여 설명하는데,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하이에크와 부의 재분배에 역점을 둔 롤즈의 실험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결과가 나온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렇듯 윤리에 정답은 없어 보인다. 단지 우리가 가진 윤리관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마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다. 오랜만에 영양가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아 책을 덮고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해소와 평소에 생각 해왔던 것들을 매우 쉽게 정리해주었다.

예를 들어 1,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라던가, 어떻게 세계의 역사가 진행되어 왔는지. 그리고 미디어가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 보수와 진보의 개념. 경제 개념과 공산주의에 대한 오해를 이론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어 좋았다. 사회와 윤리편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들어서 또한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오래만에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언어의 온도를 읽고 내상을 입은 전례가 있었기에 더 이런 책다운 책이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채사장의 지. 대. 넓. 얕은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하면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 1권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을 마무리 해본다.

 

<도서 추천> 다른 글

[도서 추천] 팩트풀니스(FACTFULNESS)

[도서 비추] 언어의 온도. 이기주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