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굿스토리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부터 장인을 도와 장작을 싣고 있었는데, 갑자기 “끼익- 끼익-“ 하는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뭔 일인가 싶어 장인이 있는 곳을 보니, 그의 앞 나무 더미 사이에서 고슴도치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오더니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고슴도치가 아니라 새끼 토끼였다. 두 마리가 있었는데, 있는 줄 모르고 나무더미를 치우던 장인에 의해 한 마리는 뒷다리에 부상을 당했고 다른 한 녀석은 겁에 질려 도망가다 다른 나무 더미에 숨어버렸다.

 

 

낑낑거리는 녀석을 보고는 장인이 데려가자고 해서, 도망갔던 녀석까지 같이 메고 온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간 날이었는데 집으로 오는 동안 요 조꼬만 녀석들의 꿈틀거림이며 체온이 등을 타고 전해졌다.



두두가 보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자마자 아내가 얘네 엄마가 있을텐데 왜 데려왔냐고 꾸짖었다. 맞는 말이었다.. 무척이나 더웠던 날씨에 다친 녀석을 그대로 두면 죽을 거 같아서 데려오긴 했지만 엄마 토끼가 애타게 찾을 걸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장인과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돼서는 녀석들을 일단 큰 박스에 놔두고 다친 녀석을 소독시키고 물이랑 풀떼기를 먹으라고 옆에다 두었다.

 

 

점심을 먹고 돌왔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있으니, 아내랑 장모가 얘네들 다 죽일 거냐고 그러게 왜 데려왔냐고 난리부르스를 춰서, 장인과 나는 각자 어떻게 토끼를 사육하는지 찾아본 뒤, 급하게 마트에 가서 적절한 우유를 사 왔다.

 



처음엔 스포이드 같은 걸로 우유를 방울방울 입에 떨어뜨리니 경계를 하면서도 쩝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목이 많이 말랐던 모양이다. 다친 녀석은 다른 녀석에 비해 많이 먹질 못하고 기운도 없어 보여 더 마음이 쓰였다.

계속 박스에만 둘 순 없는 데다, 여긴 고양이가 두 마리 있어 발각되는 즉시 자연의 섭리를 따르게 돼있으므로, 안전한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는 두두 장난감 창고로 쓰고 있던 곳을 비우고 그곳을 이 녀석들의 새 보금자리로 만들어주었다. 

 

 

이후 지천에 널린 마른 풀떼기들도 좀 깔아주고 했는데 좋아하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하루 세 번 우유를 먹여줘야 하니 원래 있던 토끼 같은 녀석에다가 진짜 토끼녀석 두 마리가 늘어서 하루가 더 바빠졌다ㅜ



일주일째..

다리를 다쳤던 녀석도 소독이 잘 된 모양이다. 상처는 아물었고 먹는 양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녀석에 비해 움직임은 덜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낫고 있는 거 같다. 왠지 마음이 더 많이 쓰인다.

 



그에 반해 다른 녀석은 힘이 넘쳐서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저기 잡으려는 줄 알고 좁은 창고 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이제는 주사기에서 우유가 나오는 걸 이해해서 갖다 대면 알아서 쭉쭉 빨아 마실뿐 아니라, 아픈 녀석에게 우유를 주고 있음 옆에 와서 주사기를 뺏어가기도 한다. 그 조그만 이빨로 주사기 끝을 톡톡톡톡 씹으면서 우유를 마시는 모습이 꽤 귀엽다. 안먹을 때 까지 줘버리고는 아픈 녀석을 다시 먹인다.



일과가 늘긴 했지만, 그래도 쪽쪽 잘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ㅎㅎ 아팠던 녀석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먹고 잘 움직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좁은 곳에 가둬둔게 못내 마음이 아프지만, 얼른 자라서 엄마 품으로 돌아갈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 토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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